
한형동 중국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지금 전개되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문명적 정체성과 권력의 논리가 충돌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종교와 이데올로기, 지역 패권과 에너지 자원이 뒤엉킨 거대한 서사다. 이 전쟁은 세계사의 흐름을 다시 쓰는 붓끝이 되고 있다. 세계는 전쟁의 불꽃 속에서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과 파국의 그림자를 동시에 목격하고 있다.
● 전쟁의 발발 원인과 전황
2026년 2월 28일 미국은“장대한 분노(Epic Fury)”, 이스라엘은“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라는 작전명으로 이란에 대대적인 선제 공습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이란전이 발발했다.
중동전의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이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세력인 유태인들을 믿고, 미국을 중동전에 대리자로 유인하는 데 기인한다. 미국의 국방전략서(NDS)도 이스라엘을“미국의 결정적이지만 제한적 지원 대상인“모범동맹(model ally)”으로 적시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국내 정치적 위기를 외부 군사행동으로 돌파하려는 계산”하에 대(對)이란 핵 저지와 봉쇄 전략을 목표로 군사적 모험을 감행한 데 있다. 발단은 이란이 핵 협상 결렬 후 핵 투명성을 흐리고, 지역 대리세력(헤즈볼라, 후티, 하마스)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해 오자, 이스라엘과 미국이 합동으로 선제적 대이란 공습을 단행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초기 작전으로 이란의 나탄즈(Natanz)등 핵·미사일 인프라 시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휘부, 방공망 및 해군 시설을 타격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 및 걸프 지역 내 미군·동맹 인프라에 대한 미사일·드론 보복으로 대응하였다. 이후 전황은 미·이스라엘의 제공권 우위와 이란의 비대칭 보복이 병존하는 구도로 전개되었다. 이란은 마침내‘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초강수를 두며, 이를‘마지막 지렛대’로 계속 활용하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 미국은 확전 억제를 표방하면서 항행 자유를 요구했고, 양측은 제한적 휴전을 거쳐 종전에 합의하고도 현재 “공허한 합의”와‘무모한 공격’을 반복하는 치킨게임(Game of Chicken)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역사상 대 전략가들의 전법상 분석
이 전쟁을 세계 대 전략가들의 전법으로 분석해 보면, 이스라엘은 리델하트의“간접접근전략(Indirect Approach)과 손자의 상병벌모(上兵伐謀)”전법으로 기습·기만 전략을 현대 정보전·공중전으로 구현했다. 즉, 대규모 지상전 대신, 핵시설, 방공망 혁명수비대 지휘부만 공격했고, 특히 모사드가 이란 내부에서 드론 기지를 운영하며 방공망을 무력화한 후 공군을 투입한 것은 전형적인 간접접근 전략이다. 미국은 클라우제비츠식“결정적 중심타격”을 감행, 주요 핵 인프라 시설 폭격, 방공망 무력화, 공항·철도 등을 파괴하여 이란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 이란은 손자(孫子)의 세(勢)를 중시, 대량미사일 포화전으로 대응했지만, 정보전·공중우세를 상실하여 전술적으로 열세에 놓였으나, 항전을 지속하며“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명언을 증명하고 있다.
● 사태의 영향과 후과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비대칭 전력(드론, 해협 봉쇄)으로 대응하며‘약자의 효과적 전략’을 입증했으며, 에너지 안보가 국제 질서의 중심 변수로 부상했다. 상호 해협 봉쇄와 미사일 공격은‘해상 자유’라는 국제 규범을 정치적 관계에 종속시키며, 글로벌 거버넌스의 균열을 심화시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과 이란 모두에게 억지·레버리지 수단이 된 가운데 글로벌 유가 폭등, 식량·에너지 공급망 위기 등 세계적 파동을 야기했다. 해상 요충지를 봉쇄하자, 걸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와 유럽 수입 국가들은 경제난에 봉착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이란전으로 인해 세계 원유, LNG 수출의 9% 내외 손실이 초래되었고, 사태 장기화 여부에 따라 유가는 150불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가 에너지 전략에 중대한 변수로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이란은 이제‘해상의 전장화’를 꾀하며 통행료를 받겠다고 무도한 공언을 하고 있다. 이는 향후에도 중대한 국제법 위반사건으로 외교가에 큰 난제를 던져줄 것이다. 성과적 측면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공습에도 이란은 아직도 60% 고농축 우라늄 약 400kg을 보유, 핵 역량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고, 하메네이 사망에도 불구하고 체제가 붕괴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에게 대미 증오심과 전쟁의 자신감만 준 셈이다. 그러기에 NYT지 등은‘미국은 명분도 실익도 없는 무모한 전쟁의 주관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이런 혼란을 틈타서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활용해 서방 제재를 약화시키며, 다극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 전략적 평가와 함의
이번 전쟁은 한 마디로 미국·이란·이스라엘 모두 전략적 성과를 얻지 못한 채 공동 패배한 전쟁으로 규정된다. 그야말로 트럼프의 오판에 의한 전쟁 문법에도 없는 미증유의 대 환란 드라마다. 브루킹스·CSIS·등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이 전쟁을 ‘미국 패권의 시험대’이자‘세계 에너지·안보 구조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현대전이 비대칭, 정보우위, 항행 자유, 핵안전 문제 등이 연동된 파편화 세계(Fragmented World)의 복합전으로 수행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역사적 해결”로 포장했지만, 이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의 반복이며, 전략적 고려가 부족했고, 엄청난 재앙과 후과를 고려치 않은 트럼프의 전략실패라는 평이다. 나아가 미국의 동맹은 균열되었고, 이의 글로벌 파급은 미국 패권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연쇄적 위기를 촉발시켰다. 미국의 전략적 오판으로 국제 질서와 규범이 붕괴되면서‘해상 자유’가 더 이상 보편 규범이 아니라 정치적 협상 카드로 전락했음을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이란 전쟁은 미국 패권의 균열,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 국제 규범의 정치화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21세기 국제 질서의 전환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전략 지형의 구조적 변동을 촉발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과 동북아 전략가들에게도 이는 에너지 의존도 관리, 미·중 경쟁 구도 속 자율성 확보, 국제 규범의 정치화에 대한 대응 전략을 요구하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다.
● 향후 전망과 한국의 대응
통제 불능한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와 이란의 지도자 부재 현상은 이 사태의 외교적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아직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트럼프의 충동적 성향을 볼 때, 전면전도 완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산발적 무력 충돌과 협상이 교차하는 패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란전 이후에는 세계정세가 국제 규범이 더욱 약화되고, 다극화와 파편화가 가속될 것이다. 또한 해상 자유 및 국제 규범이 정치화되고, 미·중·러 경쟁 구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안보 지형의 급변 속에서 한국은 우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비해 전략적 비축 확대와 더불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대중동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 자원 확보 방안을 강화하는 한편, 방산 및 문화 외교를 결합한 입체적 전략도 구사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동맹에 의존하되, 자율성을 확보하는 균형 전략”을 통해 이란 전쟁의 파급을 흡수해야 한다. 안보 측면에서는 한국형 JADC2 체계 조기 전력화와 저비용 방어체계 도입도 시급하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한형동 중국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