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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60 글로벌 영토 넓힌 섬유 업계의 거목 삼일방직 노희찬 회장에게 미래를 묻는다 - -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선택 아닌 국가 경쟁력…기술 제조기반 지켜야” - - “미국 제조업 경쟁은 사람과 기술…난연 소재로 글로벌 시장 넓힌다”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7-22 08: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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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방직 노희찬 회장


현재 미국은 제조업의 거대한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생산시설 투자는 전례 없는 활기를 띠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숙련기술 인력 부족, 공급망 재편, 친환경 규제 강화라는 새로운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글로벌 격랑 속에서 남들보다 한발 앞서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섬유 영토를 세계로 확장하며 독보적인 제조 경쟁력을 증명해 온 선구자가 있다. 바로 삼일방직 노희찬 회장이다.

노 회장은 평생을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에 헌신하며 대한민국 방직산업의 위상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특히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재임 시절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화학섬유 국제기술회의인 ‘도른비른 GFC(Dornbirn Global Fiber Congress)’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유치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세계 섬유기술 교류의 중심 무대를 안방으로 가져오며,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의 주역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섬유산업의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개척을 이끈 산증인으로서, 누구도 선뜻 확신하지 못했던 미국 현지 방직공장 인수를 과감히 성공시키며 대한민국 섬유 해외 진출의 가장 모범적인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위기를 기회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온 그의 행보는 우리 섬유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본지는 창간 45주년을 맞아 노희찬 회장과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미국 제조업 현장의 생생한 변화부터 고부가가치 기능성·난연(FR) 소재 전략, 그리고 AI 시대가 가져올 섬유산업의 눈부신 혁신까지? 현장의 깊은 연륜과 날카로운 통찰이 빚어낸,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희망찬 내일을 밝혀줄 고견을 생생하게 전한다.

- 미국 현지진출기업을 직접 경영하면서 가장 체감하는 시장변화와 과제는.
“많은 사람이 미국 시장 하면 관세나 환율을 떠올리지만,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문제는 ‘사람’, 즉 숙련 인력 부족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으로 공장 신·증설은 활발해졌지만, 이를 운영할 숙련 기술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젊은 세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임금을 올려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생산능력을 100% 가동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았다.

한국 기업으로서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비자 발급 규제였다. 국내의 선진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미국 공장에 이전하려면 숙련 기술자를 파견해야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자국민 고용 우선 정책으로 전문인력 비자 발급이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섬유산업은 원사부터 편직, 직조, 염색가공까지 전 공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숙련기술 기반 산업이다. 핵심 인력을 적기에 투입하지 못하면 기술 이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결국 현지 인력을 직접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이제 미국 제조업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숙련인력 확보와 기술 유지가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 미국시장에서 삼일방직만의 경쟁력과 성장 전략이라면.
“인건비와 생산비를 앞세운 저가 경쟁은 이미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는 가격만으로는 승산이 없다. 삼일방직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고부가가치 제품을 바탕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일반 의류용 소재보다 기술 장벽이 높은 난연(FR) 원사와 기능성 니트 소재를 핵심 사업으로 육성했다.

소방복과 산업안전복, 군복 등에 사용되는 특수 소재는 난연 기능뿐 아니라 활동성, 내구성, 세탁 안정성까지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제조 경험과 연구개발 역량이 필수였다. 또 미국 법인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한국 본사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공급망 거점으로 운영한다.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한국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을 연계해 최적의 제품을 기획하고, 납기가 촉박한 제품은 미국 공장에서 신속하게 생산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최근 MVS 원사를 적용한 기능성 제품이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으며 미국 시장에서 대형 고객사의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 난연(FR) 소재 시장의 성장성과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성은.
“난연 소재 시장은 일반 의류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대표적인 고부가 기술 집약 산업이다. 작은 품질 차이가 현장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보다 성능과 안전성이 최우선이며, 오랜 기간 검증된 기업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 섬유산업도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기술 산업으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

좋은 원사뿐 아니라 원단 설계와 편직·직조, 염색가공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차별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제조와 연구개발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한다. 산업안전과 국방, 에너지, 전기차, 석유화학 등 고위험 산업이 확대되면서 난연 소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본다. 글로벌 안전 규제가 강화될수록 고성능 난연 소재 시장의 성장성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 AI 시대 국내 섬유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핵심은.
“AI는 섬유산업의 본질을 바꾸기보다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설계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도구다. 섬유 제품의 가치는 같은 원사를 사용하더라도 조직과 밀도, 중량, 후가공 방식에 따라 촉감과 기능성이 완전히 달라지는 원단 설계 능력에서 결정된다.

기업들이 축적한 원사와 원단, 염색, 품질관리 데이터를 AI와 결합하면 목적에 맞는 최적의 원단 구조와 설계안을 빠르게 제안 받을 수 있어 신소재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생산기술과 품질관리 노하우가 없다면 AI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AI와 전통 제조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강화된다. 난연(FR) 소재시장의 대응 전략은.
“최근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과불화화합물(PFAS)을 대체하는 친환경 기술 개발이 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친환경 전환에는 공감하지만, 안전복은 일반 소비재와 다른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극한 환경에서 작업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특수 소재인 만큼 충분한 검증 없이 기존 기술을 일괄 규제하면 오히려 산업 현장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유럽도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해 소방복 등 일부 분야에서는 기존 C6 발수기술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있다. 친환경과 안전은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기업과 연구기관, 관련 단체가 기술 정보를 공유해 친환경 대체기술과 국제 인증을 확보하고, 국내 제조기반을 유지한다면 친환경성과 안전성을 모두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노 회장은 “패션제품 생산은 해외로 이전될 수 있지만 국방과 산업안전용 섬유만큼은 반드시 국내 제조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며 “기술은 현장에서 축적되고 제조기반이 있어야 연구개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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