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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24 SK하이닉스 나스닥서 40조 조달...최태원, "인수 14년만에 월가 중심으로" - - AI 메모리 경쟁력 인정…공모가 대비 13% 상승하며 화려한 데뷔 최태원 "반도체는 구조적 변화"… - - HBM 중심 AI 시대 성장 자신감 국내 1100조 투자 이어 미국 투자 가능성도 열어…글로벌 공급망 확대 - - 부실기업서 AI 반도체 핵심기업으로…2012년 인수 결단 결실 맺어 협력사·소부장에도 기회…AI 메모리 생태계 확장 기대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7-12 07: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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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타종을 하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자본시장의 중심부로 들어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올라선 SK하이닉스에 월가의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시작한 반도체 승부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입성은 단순히 미국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할 대규모 설비투자 자금을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확보하고, 미국 빅테크 고객과 기술 인재, 투자자들과의 연결을 강화하겠다는 최 회장의 구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거래를 시작했다. ADR은 미국 예탁은행이 해외 기업 주식을 보관한 뒤 이를 근거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미국 투자자는 환전이나 한국거래소 거래시간 등의 제약 없이 달러로 SK하이닉스에 투자할 수 있다.

이번 공모에서 SK하이닉스는 주당 149달러에 미국주식예탁주식(ADS) 1억7790만 주를 발행했다. ADS 1주는 SK하이닉스 보통주 0.1주를 나타낸다. 공모 규모는 약 265억 달러, 원화로 약 40조원에 달한다. 나스닥은 이번 거래를 미국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주식 공모라고 밝혔다.

거래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높은 170달러에 출발했다. 이후 168.49달러로 장을 마감해 공모가 대비 13.08% 상승했다. 투자자 수요예측에서도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외신들은 이를 ‘화려한 데뷔’, ‘역사적인 미국 시장 입성’으로 평가했다.

40조원 조달…AI 메모리 투자 실탄 확보

이번 나스닥 입성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대규모 투자재원 확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GPU와 가속기의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AI 모델이 대형화되고 추론 서비스 이용이 확대될수록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메모리 용량도 함께 증가한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은 계획부터 건설, 장비 반입, 시험생산, 양산까지 장기간이 필요하다. 대규모 전력과 초순수, 전문 인력, 소재·부품·장비 공급망도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AI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기업이 공급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자본집약적 산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나스닥은 이번 상장이 SK하이닉스를 세계에서 가장 깊고 유동성이 높은 자본시장과 연결하고, AI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공모자금을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와 AI 관련 투자 등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와 집행 시점은 향후 이사회 결정과 투자계획에 따라 확정돼야 한다.

회사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600조원, 청주 생산기지 100조원, 호남권 신규 생산거점 400조원 등 총 1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 구상을 제시했다. 이 투자액은 일시에 확정 집행되는 금액이 아니라 시장 수요와 인프라 구축, 이사회 승인에 따라 단계적으로 집행되는 중장기 계획이다.

최태원 “반도체 사이클 아닌 구조적 변화”

이번 나스닥 입성의 전면에는 최태원 회장이 섰다.

최 회장은 나스닥 오프닝벨 행사와 미국 경제매체 인터뷰에서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수요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과거 메모리 시장은 공급 부족과 공급 과잉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으로 분류됐지만, AI 시대에는 수요 증가 속도가 생산능력 확충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 경기순환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같은 공급 과잉 중심의 패턴으로만 시장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KV 캐싱’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모리 사용량도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날 만난 빅테크 고객사들이 “메모리를 어떻게 더 받을 수 있느냐”,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고객사 요구 물량이 SK하이닉스의 기존 예상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향후 5년 동안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에도 고객사들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최 회장의 메시지는 나스닥 투자자들에게 SK하이닉스를 단순한 경기민감형 메모리 기업이 아니라 AI 인프라 성장에 직접 연결된 기업으로 평가해 달라는 의미로 읽힌다.

월가 역시 이 점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시장 데뷔를 두고 AI 붐이 수십 년간 메모리 산업을 지배해 온 호황과 불황의 주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시장의 베팅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등도 SK하이닉스의 첫날 주가 상승이 AI 반도체 투자심리를 다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AI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곧바로 반도체 경기순환의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사의 AI 투자 속도와 HBM 가격, 경쟁사의 생산능력 확대, 기술 전환 과정에서의 수율, 미국의 수출통제와 관세정책 등은 여전히 실적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10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후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기념촬영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최고경영자(CEO). [SK하이닉스]


2012년 인수 결단…14년 만에 월가 중심으로

최 회장에게 이번 나스닥 입성은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이후 14년간 이어진 반도체 투자의 결실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SK그룹은 2012년 경영난을 겪던 하이닉스를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하이닉스는 메모리 가격 하락과 대규모 투자 부담으로 장기간 채권단 관리를 받은 기업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도 컸기 때문에 인수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최 회장은 그러나 반도체를 SK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판단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이천 M14와 M16, 청주 M15 등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차세대 D램과 낸드, HBM 연구개발에 투자를 이어갔다.

특히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 시장을 선점하면서 기업의 위상이 급격히 달라졌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AI 반도체 기업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았고, 나스닥은 SK하이닉스가 세계 HBM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나스닥 입성을 “15년 전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꿈꿨던 일이 현실이 된 역사적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는 기술이나 특정 제품 대신 “원팀”이라고 답했다. 경영진과 연구개발, 생산 현장의 조직력이 HBM 선점과 나스닥 입성을 가능하게 했다는 의미다.

메모리 제조사 넘어 ‘AI 서비스 기업’으로

최 회장은 이번 나스닥 입성을 계기로 SK하이닉스의 사업 영역을 메모리 제조에서 AI 인프라와 서비스 분야로 넓히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그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AI와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 스타트업, 합작법인 등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칩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AI 시스템에 맞게 메모리와 저장장치,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메모리 서비스 제공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 반도체 성능만으로 경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서버와 데이터센터, AI 가속기,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풀스택’ 경쟁에 참여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도 AI 시대에는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개별 칩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시스템 공동설계와 공급 안정성, 고객별 최적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 회장은 대만 폭스콘 등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에서 서버, 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지는 AI 공급망에 SK그룹의 사업을 결합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메모리 공장 가능성 열어…“조건 맞으면 검토”

최 회장은 나스닥 입성과 함께 미국 내 추가 반도체 투자 가능성도 공식적으로 열어뒀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해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시설은 HBM 등 AI 메모리와 연산 반도체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을 담당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인디애나 투자 외에도 전력과 용수, 인력, 공급망 등의 조건이 갖춰진다면 미국 내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다만 이는 확정된 투자계획이 아니다.

메모리 팹은 한 곳을 건설하는 데 수십조원 이상이 필요하고, 막대한 전력과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숙련된 엔지니어와 장비업체, 소재·부품 협력사도 함께 이동해야 한다. 최 회장이 “조건이 맞는 곳이라면 미국이든 세계 어디든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도 투자 지역을 정치적 요구만으로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1100조원 투자와 미국 추가 투자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자금 배분과 투자 우선순위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미국에는 패키징과 연구개발, 일부 생산시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눌 가능성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한 10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ADR 거래 개시 기념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SK하이닉스]


국내 소부장·협력사에는 기회이자 시험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입성과 설비투자 확대는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용인과 청주, 호남권 생산거점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반도체 장비와 특수가스, 웨이퍼, 화학소재, 검사·측정 장비, 클린룸, 전력·용수 설비 등 광범위한 협력기업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는 제품이어서 적층과 본딩, 검사, 열관리, 패키징 기술이 중요하다. SK하이닉스가 HBM과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을 확대할수록 관련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AI 공급망에 진입할 기회도 넓어진다.

반면 미국 현지 투자가 확대될 경우 국내 협력사에도 현지 동반 진출과 미국 고객 인증, 공급망 관리 능력이 요구될 수 있다. 미국의 보조금 정책과 원산지 규정, 수출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회계 비용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의 투자 발표가 실제 중소 협력사의 매출과 고용으로 이어지려면 장기 구매계약과 공동 연구개발, 투자금융, 현지 진출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글로벌 자본 얻은 만큼 지배구조·공시 책임도 커져

나스닥 입성은 자금조달과 기업가치 제고의 기회인 동시에 경영 투명성에 대한 책임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미국 증권당국의 공시기준과 투자자 보호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미국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지면 실적뿐 아니라 투자 집행의 효율성, 주주환원, 이사회 독립성, 공급망과 지정학적 위험 관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수 있다.

최 회장 역시 미국 상장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주주가 유입되고, 회사가 새로운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할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증시의 주식보상 제도를 활용하면 글로벌 연구개발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국내 상장 주식과 미국 ADR 사이의 가격 차이와 환율 변동, 예탁수수료 등은 투자자가 살펴야 할 요인이다. ADR 상장이 국내 주식의 가치를 자동으로 끌어올리거나 동일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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