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 상권에 드럭스토어가 들어선 모습
"힙스터가 찾고 MZ세대가 키우고 외국인이 완성한다."
서울 상권의 흥행 공식이 바뀌고 있다. 입지보다 브랜드 경험과 팬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상권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성수·명동·홍대 등 핵심 상권으로 브랜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코리아는 11일 '2026 핵심 상권 지각 변동' 웨비나를 통해 서울 주요 상권의 변화와 브랜드 출점 전략을 분석했다. 이번 웨비나는 남신구 C&W 리테일 임차자문팀 팀장과 이원희 C&W 리테일 컨설팅 브랜드 솔루션 팀장이 각각 발표를 맡아 진행했다.
왜 6대 상권으로 몰리나...공실률이 말하는 양극화
발표를 맡은 남신구 이사는 서울 주요 상권을 명동, 홍대, 청담·도산, 강남, 한남·이태원, 성수 등 6대 상권으로 정의했다. 과거 핵심 상권으로 꼽혔던 가로수길은 영향력이 약화된 반면 성수는 빠르게 성장하며 사실상 핵심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남 이사는 "메인 상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카테고리 변화와 유동인구 증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권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는 공실률을 제시했다. 실제 브랜드 출점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 거리의 공실률이 시장 수요와 가장 밀접하게 연동된다는 설명이다.
2026년 1분기 기준 서울 6대 상권 평균 공실률은 8.8%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성수의 공실률이 3.7%로 가장 낮았고 명동(5.6%), 한남·이태원(7.8%)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강남은 13.6%, 청담·도산은 11.9%, 홍대는 10.4%를 기록했다.
남 이사는 공실률 자체보다 6대 상권과 기타 상권 간 격차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요 브랜드들의 출점 수요는 6대 상권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과거 대표 상권이었던 가로수길은 2025년 4분기 기준 공실률이 40%대를 기록하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브랜드 전략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전국 단위 다점포 전략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매출 규모를 확보한 뒤 핵심 상권에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 이사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 판매 공간보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에 북촌과 서촌, 광장시장 등에서 경험 마케팅 성격의 출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성수 연무장길 전경.
‘외국인이 키우는 상권’ 성수 방문객 코로나 대비 85배 증가
주요 상권의 성장세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남 이사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상권 성장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선행 지표로 제시했다. 실제 상권별 외국인 방문객 순위와 상권 성장세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는 설명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방문객 수는 명동이 1427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홍대(646만명), 성수(539만명), 강남(395만명), 도산(155만명), 한남(140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상권 성장 공식이 변화했다. 코로나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소비 활동이 활발했던 MZ세대가 오프라인 상권으로 유입됐고, 무신사 등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이 오히려 오프라인 출점을 확대하면서 성수와 도산, 한남 등이 신흥 상권으로 부상했다.
이후 K-패션과 K-뷰티 브랜드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됐다. 실제 성수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2020년 대비 85배 증가해 주요 상권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명동과 한남은 각각 19배, 강남은 17배, 도산은 15배 증가했다.
남 이사는 "국내 상권의 패러다임은 4~6년 주기로 변화한다"며 "힙스터가 발견하고 MZ세대가 확산시키며 외국인이 성장시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별 업종 구성도 차이를 보였다. C&W 코리아는 6대 상권의 업종을 리테일, 메디컬, F&B, 병원, 서비스·기타로 구분해 조사했다. 이 중 업종 비중이 극명하게 나타난 상권은 강남과 성수다.
강남은 메디컬 업종 비중이 88%에 달해 의료관광 중심 상권으로 변화했다. 반면 성수는 리테일 비중이 79%를 차지하며 대표 쇼핑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명동은 리테일과 메디컬 비중이 각각 45%, 28%로 나타났고 홍대 역시 리테일(37%)과 메디컬(36%) 비중이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남 이사는 "소비자가 실제로 돈을 쓰는 카테고리가 무엇인지에 따라 상권의 성격과 성장 방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홍대 AK플라자 1층.
"입지보다 팬덤"…브랜드와 상권의 합이 중요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원희 C&W 리테일 컨설팅 브랜드 솔루션 팀장은 상권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로 '팬덤'을 제시했다.
이 팀장은 "좋은 입지를 찾는 것보다 브랜드와 상권의 결이 맞는지가 중요하다"며 "상권 분석 역시 소비자의 행동 언어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다', '놀다', '사다'와 같은 행동 언어가 가장 많이 연결된 상권은 성수, 명동, 홍대였다. 상권별 특성도 차별화되고 있다. 성수는 브랜드 팬덤 중심 상권으로, 홍대는 IP와 굿즈, 피규어 등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명동은 의료관광 수요 증가와 함께 메디컬 중심 상권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특히 성수 팝업 문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의 약 35%가 성수에서 진행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배경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꼽았다. 팝업스토어가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세계관과 화제성을 전달하는 경험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브랜드들이 소비자와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핵심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맞춰 외국인 전용 콘텐츠를 만드는 전략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의 핵심은 '한국인처럼 소비하기'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인들이 실제로 찾는 브랜드와 공간, 소비 문화를 경험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외국인들은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보다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좋아하는 브랜드와 공간을 찾는다"며 "결국 상권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적절한 타이밍과 공간 포맷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셜 데이터는 시장의 방향을 보여주고 매출은 그 규모를 증명한다"며 "브랜드와 상권의 적합성을 읽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상권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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