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기 업체들이 생산거점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기업들이 생산 거점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K-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주요 의료기기의 국산화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제조 인프라를 함께 강화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역 기업 대성하이텍은 대구에 대규모 의료기기 생산 공장을 신설하며 의료기기 분야 진출을 본격화한다. 대성하이텍은 최근 대구시와 '인공지능 자율 제조 시스템 기반 메디컬 팩토리'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대성하이텍은 총 300억 원을 투자한다. 건축과 설비에 170억 원, 연구개발에 130억 원을 투입하며 이 가운데 120억 원은 산업통상부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정부 지원금이다.
대성하이텍은 오는 6월 공장 준공에 들어가 9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2029년까지 양산 라인을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총 67명의 신규 고용 창출도 기대된다. 1995년 설립된 대성하이텍은 초정밀부품 제조 전문기업으로 스위스턴 자동선반을 비롯해 반도체, IT, 전기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핵심 부품을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방산과 로봇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으며 유럽 방산시장 대응을 위해 루마니아 현지 생산 기지도 구축한 바 있다.
대성하이텍이 새롭게 건립하는 AI 메디컬 팩토리에서는 침습 중재시술에 사용되는 필수 의료기기인 ‘인트로듀서 카테터’를 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현재 국내 수요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 필요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회사는 기존 수작업 중심 공정에 AI 자율제조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호형 대성하이텍 대표이사는 "정밀부품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방산, 로봇,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의료기기 분야에도 본격 진출하게 됐다"며 "AI 자율제조 시스템을 통해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초소형·저선량 엑스레이 전문기업 레메디는 해외 현지 생산과 공공 보건의료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레메디는 인도네시아 병원공학원(KMN/IAHE)과 초소형 엑스레이의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 및 보건의료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코 수프리얀토 IAHE 회장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보건의료 분야 인사 12명은 최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레메디 본사와 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과 제조 과정을 살펴본 뒤 협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 병원공학원은 인도네시아 보건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이번 대표단에는 KMN/IAHE와 건강보험공단(BPJS)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보건부가 진행하는 '결핵진단용 엑스레이 기기' 정부 입찰에 협력하고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공동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AI 판독 초소형 엑스레이 시스템을 인도네시아 건강검진 및 보험 수가 체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협력도 추진한다.
레메디의 초소형 엑스레이 ‘레멕스-KA6’가 향후 인도네시아 정부 입찰에서 채택될 경우 K-의료기기가 인도네시아의 결핵 조기진단 및 퇴치 정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는 결핵 부담이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는 만큼, 휴대성과 현장 활용성이 높은 초소형 엑스레이 장비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레메디는 지난 4월 초 포스코인터내셔널과도 인도네시아 결핵검진 사업 공동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레메디의 초소형 엑스레이 기술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글로벌 사업개발 역량을 결합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결핵 퇴치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해 해외 공공의료 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레메디 창업자인 이레나 기술고문은 “인도네시아 보건의료 분야의 리더들을 레메디 본사로 초청해 회사소개와 제품소개, 생산설비 및 생산과정 견학까지 진행했다”며 “인도네시아 결핵 검진 사업의 파트너로 레메디의 KA6가 채택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고, 나아가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에서 제품 생산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레메디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회사의 엑스레이는 올해 1월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우주선·우주정거장 탑재 휴대용 엑스레이로 최종 선정됐으며 지난해 6월에는 인도 정부 입찰에서 승리해 1534대를 수출했다. 회사는 현재 4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향후 100여 개국 이상으로 공급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의학 전문기업 파마리서치도 대규모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파마리서치는 강원특별자치도 강릉과학산업단지에서 제5공장 착공식을 열고 의약품·의료기기 원료와 화장품 생산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복합 생산시설 건립에 착수했다. 이는 주력 제품인 리쥬란 화장품과 주사제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파마리서치 5공장은 글로벌 GMP 기준에 부합하는 제조 경쟁력 확보와 공급 안정성 강화를 목표로 조성된다. 회사는 이번 증설을 통해 원료 생산부터 완제품 공급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장 규모는 대지면적 3만 712㎡, 연면적 4만 156㎡의 지상 4층 건물로 계획됐다. 의약품·의료기기 원료 생산시설은 2027년, 화장품 생산시설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5공장이 완공되면 파마리서치의 생산 능력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에 따르면 의약품 원료 생산 능력은 기존 대비 8배 이상, 의료기기 원료 생산 능력은 5배 이상 늘어난다. 화장품 생산 능력 역시 1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에스테틱 시장에서 증가하는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5공장은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본 성장 기반"이라며 "의약품·의료기기 원료부터 화장품까지 자체 제조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토탈 에스테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강릉 공장 설립 이후 이어온 지역사회와의 약속을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