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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60 “30년 적자도 버텼다”…日 도레이에서 찾은 韓 섬유산업 생존법 - - 리더십 포럼: 한국섬유산업의 미래 - - “기술은 시간으로 만든다…협업 기반 산업 전환 필요”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5-05 10: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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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 이영관 이사장


지난달 28일 개최된 섬유패션정책포럼 특별강연 연사로 참가한 이영관 이사장(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은 기술 축적과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은 자본으로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 섬유산업이 구조적 전환의 분기점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 이사장은 가격 경쟁력 약화,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숙련 인력 감소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의 방향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해법으로는 소재 중심 경쟁력 강화와 장기적 기술 투자 확대, 그리고 협업 기반 생태계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은 공유할 때 확장되고 시장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도레이와 유니클로의 협업 사례를 대표적인 모델로 소개했다. 두 기업은 단순한 납품 관계를 넘어 제품 기획 초기 단계부터 공동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해 기능성 소재 개발과 시장 확대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이 이사장은 이 같은 협력 모델이 국내 섬유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소재 기술과 브랜드 기획이 결합된 협업 구조로 전환해야 하며, 공동 개발과 가치 창출 중심의 파트너십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은 단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시장 또한 혼자서 확장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섬유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협업을 기반으로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섬유는 사양이 아닌 첨단 소재 산업… ‘극한 추구’가 만든 경쟁력
도레이는 섬유산업이 첨단 소재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26년 설립된 이 기업은 전통적인 섬유회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탄소섬유와 필름, 첨단화학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탄소섬유가 자리하고 있다. 1960년대 개발을 시작해 상업 생산까지 약 10년이 소요됐으며, 이후에도 30년 넘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시기를 견뎌야 했다. 대부분의 기업이라면 중단했을 사업이지만, 도레이는 연구개발을 지속했고 결국 항공기용 고성능 탄소섬유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재는 경량화와 연료 효율 개선, 친환경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극한 추구’라는 기술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미세화·고성능화 연구를 장기간 이어온 결과, 경쟁사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 장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영관 이사장은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영역을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기업의 미래를 바꾼다”고 강조했다. 도레이는 원료부터 방사, 가공, 최종 제품까지 전 공정을 통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각 단계에서 축적된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 섬유산업은 원사, 직물, 가공, 브랜드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단절된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협력보다는 경쟁 중심의 산업 문화로 인해 고부가가치 창출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개방형 혁신에서 답을 찾다…한국 섬유산업, 협업 기반 전환 시급
도레이는 내부 연구개발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학, 기업,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개방형 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기술 개발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 구조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유니클로와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히트텍’은 소재 기술이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된 대표 사례다. 소재 기업이 시장과 직접 연결될 때 산업적 가치가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섬유업계에서도 도레이와 유니클로의 협업 모델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양사는 단순 공급 관계를 넘어 제품 기획 단계부터 공동으로 참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도레이는 기능성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유니클로는 이를 바탕으로 상품 기획과 글로벌 유통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히트텍(HEATTECH)’과 ‘에어리즘(AIRism)’ 등 기능성 의류가 탄생하며 기능성 섬유는 스포츠웨어를 넘어 일상복 시장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소재 기업이 ‘공급자’에서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산업 환경은 이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기업 간 장벽과 제한적인 정보 공유로 인해 협업 기반 혁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섬유산업,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한국 섬유산업은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놓여 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와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내수 기반 약화와 인력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생산과 고용이 감소하고 산업 존재감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영관 이사장은 “국내 섬유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가격 중심 경쟁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 투자 부족과 협업 미흡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원사, 원단, 가공, 브랜드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어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기업 간 협력 역시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글로벌 소재 경쟁력과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도레이의 탄소섬유 사업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수십 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기술 개발을 지속한 결과, 항공기용 고성능 소재 시장을 선점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가볍고 강도가 높아 항공기, 자동차, 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활용되며 고부가가치 산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섬유산업의 경쟁력이 가격이 아닌 소재 기술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반면 국내 섬유산업은 여전히 중저가 OEM 중심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친환경과 기능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영관 이사장은 “앞으로의 경쟁력은 얼마나 저렴하게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소재 중심 기술과 협업 구조로의 전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 소재 중심의 산업 구조 개편, 장기 연구개발 투자 확대,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 친환경 및 ESG 대응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해법은 무엇인가…‘소재·기술·협업’ 중심 전환
해법은 비교적 분명하다. 산업 구조를 첨단 소재 중심으로 재편하고, 탄소섬유를 비롯한 기능성·산업용 섬유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동시에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기술 축적 기반을 강화해야 하며, 단기 실적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중장기 전략 중심의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긴밀히 연결된 협업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술 공유와 확산을 촉진해야 한다. 아울러 친환경 및 ESG 대응 역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선제적 대응 여부가 향후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버티는 기술이 산업을 바꾼다”는 메시지도 다시 부각된다. 이영관 이사장은 “도레이의 성과는 다른 기업들이 중도에 포기한 기술을 끝까지 이어간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섬유산업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단기 성과 중심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 투자와 기술 축적을 기반으로 첨단 소재 산업으로 전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섬유는 더 이상 패션 산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동차, 건축, 의료, 항공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브랜드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전략이 결합될 경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결국 경쟁의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이동하고 있다. 섬유산업 역시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래 성장 산업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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