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기 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고환율 기조와 부품 수급 문제, 제도적 한계 등의 상황이 맞물리며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원자재와 핵심 부품의 가격 변동성, 환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복합적인 압박에 직면해 있다.
◆환율과 부품,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리스크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의료기기 산업이 골치를 썩고 있다. 수입사는 손해, 수출사는 이익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산업은 글로벌 분업 체계에 깊이 편입돼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원자재와 핵심 부품을 달러로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환율 상승은 곧바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티타늄, 특수 합금, 고신뢰 반도체, 정밀 센서 등 대체가 어려운 부품 비중이 높은 의료기기 특성상 환율 변동 발생 시 비용 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계약 시점과 실제 결제 시점 사이의 시간차가 긴 대형 의료기기일수록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실제로 환율 1300원대를 기준으로 체결한 계약이 결제 시점에 1450원, 1500원대로 뛰는 경우 기업이 감내해야 할 환차손은 수십 퍼센트에 달할 수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치료재료 분야는 더욱 취약하다. 심장 수술용 카테터, 신경외과용 소모품, 고난도 정형외과 임플란트 등은 환율 상승과 동시에 공급 차질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품목은 단기간에 국산 대체가 어렵고 공급이 중단될 경우 의료 현장의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비용 부담은 병원과 환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은 환율이 오르면 수익 구조가 흔들리는 수준을 넘어 공급 안정성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인데 대부분의 원자재와 핵심 부품을 달러로 조달하는 상황에서 환율 급등은 곧바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제도적으로 흡수할 장치가 부족하다 보니 기업은 손실을 감내하거나 공급을 줄이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데 결국 환율 리스크는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현장과 환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기기 산업의 현실
환율 리스크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은 제도적 한계다. 현재 국내 치료재료 상한금액 제도는 원화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으며 환율 변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상한금액이 한 번 결정되면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조정이 쉽지 않은 구조다. 중소·중견 의료기기 기업일수록 가격 인상을 통한 대응은 곧바로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선택지가 제한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기기 공급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치료재료 상한금액의 조정 주기와 폭이 실제 시장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업들은 구조적인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경직성이 장기적으로 의료기기 산업의 기술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고위험·고정밀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와 안정적인 시장 환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환율 변동과 수가 체계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투자를 축소하고 국산 기업은 도전 자체를 망설이게 된다. 그 결과 고급 의료기기 시장의 공백을 가격 경쟁력이 앞선 외국 제품이 빠르게 채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환율, 부품, 제도라는 삼중고의 경우 개별 기업의 경영 능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제도권이 환율 변동성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의료기기 산업을 비용이 아닌 안전과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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