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주요 브랜드들이 해외시장을 새로운 성장 가능성의 무대로 주목하고 있다. 과거 ‘내수 중심 산업’에 머물렀던 한국 아웃도어는 최근 5년 사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외연을 빠르게 확장해 왔다.
MLB가 중국에서 ‘소비자 판매액 1조원’(연간)을 돌파하며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아웃도어에서 이 같은 흐름의 출발점에는 코오롱스포츠가 있었다. 이후 블랙야크·내셔널지오그래픽·디스커버리·아이더·스노우피크어패럴까지 글로벌 진출이 이어졌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중국을 ‘최대 수익 시장’으로 보고 현지화와 수익성을 검증한 뒤 직진출·합작·라이선스를 병행해 시장별 확장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청두 타이쿠리점.
코오롱스포츠, 중국 성공 발판으로 북미·일본까지 확장
코오롱스포츠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공 모델을 구축한 사례로 꼽힌다. 2017년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그룹과 합작법인 ‘코오롱스포츠 차이나’를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 진입했다. 합작(JV) 기반의 현지화 전략과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통해 빠르게 안착했다.
업계에서는 고기능 소재 중심의 R&D 경쟁력과 브랜드 철학을 ‘공간 경험’으로 풀어낸 마케팅이 중국 소비자에게 비교적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12월 현재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에서 약 200개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이다. 1선과 新1선 도시를 중심으로 동북 지역뿐 아니라 남부 지역까지 출점을 넓히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차이나 매출은 2023년 4000억 원에 육박했다. 2024년에는 리테일 기준 약 7500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두 배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간 매출 1조 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 전략도 본격화됐다. 북미 시장에서는 무리한 전면 확장 대신 백패킹 등 기술 경쟁력이 검증된 핵심 카테고리부터 단계적으로 진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2024년에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 이토추상사를 파트너로 선정해 일본 진출을 시작했다. 코오롱FnC, 한국이토추, 이토추상사가 참여한 3자 계약을 통해 한국이토추는 생산을, 이토추상사는 일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에서 검증한 ‘기술 기반 프리미엄 전략’을 일본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확장하고 있다.
블랙야크, 중국 직진출 재정비·유럽은 기술로 승부
블랙야크는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 안착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직진출 기반으로 사업을 재정비하며 유통을 확대하고 유럽에서는 독일 법인을 거점으로 한 직진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첫 해외 진출은 1998년 베이징 법인 설립이었다. 이후 2011년 상하이 지사를 설립하며 남방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중국 전역으로 유통망을 구축해 왔다.
현재 중국에서는 백화점, 쇼핑몰, 아울렛 단독 매장과 편집매장 등 200여 곳과 주요 온라인 채널을 병행 운영 중이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오프라인 접점을 강화하는 동시에 온라인 유통을 병행하며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시장 진출은 2016년 독일 법인 설립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블랙야크는 유럽에서 대규모 직영 매장 확대보다는 편집숍 입점과 홀세일 중심의 유통 구조를 설계했다. 기술과 성능이 구매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는 시장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12년부터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박람회 ISPO 뮌헨에 지속 참가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아 왔다.
특히 ISPO 뮌헨 2025에서는 한국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어워드 3관왕을 수상하며 누적 36관을 기록했다. 수상 제품들은 독일 R&D 센터가 개발을 주도한 고기능성 제품으로,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테크니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독일을 거점으로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20여 개국에 영업망을 구축했다.
MLB, 패션 IP로 완성한 글로벌 성공 모델
MLB는 국내 패션 브랜드 가운데 글로벌 확장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2017년 면세점 입점을 시작으로 중화권 소비층의 선호도를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했다. 2017년 F&F는 아시아 비즈니스를 위해 홍콩에 에프앤에프홍콩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홍콩·대만·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시장을 넓혔다. 2019년 1월 MLB 중국 판권을 확보해 에프앤에프차이나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입했다.
'MLB'의 중국 상해 700호 매장.
MLB는 중국 내 대형 온라인 유통 채널과 오프라인 스토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외형을 확장했다. 현재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UAE 등 8개국에서는 홀세일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포츠 IP를 스트리트·라이프스타일 패션으로 재해석한 전략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MLB는 라이선스와 현지 유통 중심으로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렸다. 직영 부담을 줄이고 홀세일 파트너 유통으로 고정비를 낮추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2022~2023년 중국 소비자 판매액은 1조 원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단순 스포츠웨어가 아닌 패션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전략이 핵심이었다. 로고를 핵심 자산으로 삼아 직관적인 상품 구조를 구축하고, 중국 MZ세대 취향에 맞춰 프리미엄 캐주얼로 가격과 이미지를 설계했다.
최근에는 매장 수 확대에서 벗어나 운영 효율화와 매장 리뉴얼을 통해 질적 성장 단계로 전환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배송이 연구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중국 매장 수는 1073개로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매출은 9436억 원으로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점당 매출 개선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디스커버리, MLB 모델 접목해 아시아 확장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2024년부터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전략의 핵심은 MLB의 해외 성공 모델을 접목한 확장 방식이다. 2024년 7월 미국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대한 판권을 확보했다.
같은 해 12월 중국 1호점을 오픈하며 글로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과 대만 시장으로 순차 진출했다. 2025년 3월에는 서울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MLB가 구축한 유통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확장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 자료에 따르면 디스커버리의 중국 매장 수는 2025년 25개로 전년 대비 20개 증가했다. 향후 추가 확대도 예상된다. 모회사 F&F는 2025년 신사옥 이전을 통해 글로벌 사업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며 운영 효율성 강화에 나섰다.
디스커버리는 아시아 판권 확보 이후 거점 매장 개설을 거쳐 매장 수를 확대하는 구조를 택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직영 중심 운영으로 브랜드 통제력을 확보하고, 국내에서는 명동 등 글로벌 유입 상권을 활용해 해외 수요와 연계한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은 본사 차원의 컨트롤타워 체계 아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혼합형 글로벌 전략’으로 안정적 확장
더네이쳐홀딩스는 직진출, 합작법인 운영, 현지 소매상 제품 공급 등 다양한 방식의 혼합형 글로벌 전략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사업은 2019년 홍콩 현지 자회사 설립과 매장 개설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대만 모멘텀 스포츠(Momentum Sports)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 및 잡화류를 수출하며 중화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중국 장춘 유라시아 쇼핑몰 오프닝.
2020년 하반기에는 디즈니와 북미·유럽 내 내셔널지오그래픽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F/W 시즌 주력 제품 9종(플리스, 롱패딩, 백팩 등)을 공급했다. 글로벌 IP 인지도와 국내에서 검증된 제품력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2023년부터 합작법인과 함께 진출했다. 대만은 직진출, 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에 홀세일을 통한 제품 공급 방식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을 본사의 기타 라이선스 브랜드에도 적용해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3년 하반기 마크곤잘레스의 첫 해외 매장을 홍콩에 열었다.
2025년 3분기 기준 내셔널지오그래픽 해외 매장은 홍콩 10개점, 마카오 2개점, 대만 13개점, 중국 17개점(대리상 3개점 포함)이다. 같은 기간 해외 법인 매출은 대만 176억 원, 홍콩 127억 원, 중국 72억 원, 마카오 13억 원 등 총 388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한국에서의 라이프스타일 중심 이미지를 넘어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로 안착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별도 디자인팀을 구성해 중국 전용 제품을 공급하고 지역 특화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디즈니와의 안정적인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현지 유통·마케팅·상표권 보호 등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더, 대만·유럽·중국 잇는 단계적 글로벌 행보
아이더는 글로벌 상표권 인수를 기점으로 해외 사업을 본격화했다. 직진출·라이선스·홀세일을 병행하며 지역별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단기 외형 확대보다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에 초점을 맞춘 행보다.
'아이더'의 중국 상해 하버 쇼핑몰.
글로벌 사업은 2020년 상표권 인수 이후 시작됐다. 2021년 대만 현지 유통사와 수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첫 해외 시장에 진출했고, 홀세일 방식으로 시장성을 시험했다. 2022년에는 프랑스 유통사 스노우리더(Snowleader)와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으로 확장했다.
첫 진출 지역 선정 과정에서는 시장 진입 난이도와 아웃도어 산업 성숙도, 시장 규모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대만은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중화권 시장 테스트가 가능한 전략적 거점으로 판단돼 1차 진출 시장으로 선택됐다.
현재 매출 비중은 유럽, 대만, 중국 순이다. 유럽은 스노우리더를 통한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하되 플래그십 스토어를 활용해 오프라인 접점도 병행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7개 편집숍을 운영 중이다. 2026년 상반기 타이베이 주요 백화점에 단독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2025년 하반기 상하이와 지린 지역에 플래그십스토어 2곳을 열며 본격 진입했다. 현지 기업과 기획·생산·유통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진출했다. 2026년부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아이더'의 길림성 차이푸 쇼핑센터(2호점).
아이더는 지역별 소비 성향에 맞춘 운영 전략도 병행한다. 유럽은 라이선스 파트너 주도의 온라인 중심 전개, 중국과 대만은 한국에서 기획한 제품을 수입해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진출은 외형 확대가 아닌 매출 구조 다변화와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스노우피크어패럴, 글로벌 확장 시동
감성코퍼레이션의 스노우피크어패럴은 2023년 5월 대만을 첫 해외 시장으로 선택했다. 비교적 리스크가 낮고 일본·아웃도어 브랜드 수용도가 높은 중화권에서 시장 반응을 먼저 확인한 뒤 중국과 일본 등으로 확장을 준비하는 전략이다. 대만에서는 현지 파트너 스타라이크와 협업해 숍인숍 형태로 매장 9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 검증 이후에는 사업 권한 확대가 이어졌다. 2025년 스노우피크 일본 본사로부터 동남아시아와 인도 지역의 어패럴 라이선스 비즈니스 권한을 추가 확보했다. 이어 중국 시장에서는 단독 진출 대신 현지 파트너십을 택했다. 지난해 9월 중국 골프웨어 1위 기업 비인러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같은 해 상하이 첸탄 타이구리 백화점에 중국 1호점을 오픈했다.
2026년에는 제품 본질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춘 성장 전략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에서 축적한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중국·대만 등 아시아 시장 중심의 해외 수출 확대와 지역 확장에 속도를 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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