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예상 밖의 반전을 보여줬다. 주요 국가에서 온라인 소비가 최고치를 경신했고, 한국패션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역대급 실적을 내놓았다. 단순한 할인 공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의 이면에는 ‘AI기반 쇼핑’이라는 변화가 존재한다. 검색·추천·콘텐츠 소비·가격 비교 전 과정에 스며든 AI가 소비자의 결정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면서, 불황 속에서도 구매 전환을 끌어올린 것이다.
올해 글로벌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판매가 AI 기반 쇼핑도구 도입에 힘입어 크게 상승했다. 사진=게티이미지
AI 기반 개인화, 美블프 온라인 판매성장 이끌어
어도비 애널리스틱(Adobe Analytics)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 온라인에서 총 118억 달러를 썼다. 이는 전년보다 9.1% 증가한 수치로, 온라인 판매 사상 최고치다. 이번 시즌은 많은 미국 소비자의 예산은 빠듯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4년 내 최고에 근접했고, 소비자 신뢰지수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물가 상승과 관세로 인해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가 부담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현명한 쇼핑 전략을 택했다.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Mastercard SpendingPulse) 집계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의 이커머스 매출은 10.4%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지난해 대비 단 1.7% 증가에 그쳤다. 소비자들은 북적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피하고, 스마트폰 속 ‘퍼스널 쇼핑 어시스턴트’에 더욱 의존했다. 이에 따라 미국 온라인 소매 사이트로의 AI 트래픽은 전년 대비 무려 805% 폭증했다. 대형 유통사 웹사이트와 앱에 탑재된 AI 검색·추천 챗봇은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아주고, 가격 비교와 재고 확인까지 한 번에 해결해줬다. 소비자는 덜 헤매고 더 빨리 결정을 내렸다.
AI가 유입을 ‘구매’로 바꾸는 전환율 개선 효과도 두드러졌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구매 패턴과 탐색 이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행사 페이지에서 수만 개의 상품 가운데 ‘지금 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과거에는 메인 배너 하나로 모든 고객을 상대했다면, 이제는 고객 한 명 한 명의 홈 화면이 다르다. 이 미세한 개인화가 대규모 트래픽이 몰리는 블랙프라이데이에서 폭발력을 발휘하며, 미국 온라인 매출을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무신사 ‘무진장 25 겨울 블랙프라이데이’가 진행된 무신사 스토어 성수 매장. 사진=무신사
AI는 어떻게 글로벌 블랙프라이데이를 바꿨나
AI는 단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 매출을 밀어 올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AI 및 디지털 에이전트를 통해 영향을 받은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은 총 142억 달러에 달했다. 대형언어모델(LLM)이 탐색 과정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은 AI를 통해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합리적 소비를 노렸다.
한국 역시 주요 패션플랫폼 대부분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 동안 전례 없는 실적을 기록했다. 무신사는 ‘무진장 25 겨울 블랙프라이데이’ 공식 집계 결과, 온라인 기준 누적 판매액 3685억 원, 판매량 719만 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간당 평균 판매액은 15억 원을 넘어섰고, 행사 마지막 날에는 일 판매액 524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온·오프라인을 합한 전체 판매액은 약 38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블랙프라이데이 이전에 이미 개인화 추천 고도화를 통해 전환율을 대폭 개선해 놓은 상태였다. 추천 영역의 매출 기여도가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트래픽이 유입되자 성과는 증폭됐다. 무신사 측은 이번 BF에서 도입된 큐레이터 기반 추천 콘텐츠, 랜덤 쿠폰, 맞춤 할인 시스템,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MFS) 등을 언급하며, “과거처럼 무차별적 할인보다 ‘데이터 기반 맞춤 노출’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지그재그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해 별도의 AI 추천 메뉴를 전면에 배치해 개인 맞춤형 특가 노출을 강화했다. 신규 고객의 대거 유입과 재구매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배경이다. 지그재그의 올해 ‘직잭팟 블랙 프라이데이’는 첫날 일 거래액 약 130억 원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100억 원대 일 거래액 흐름을 유지하며, 작년보다 빠르게 누적 거래액 1000억 원 돌파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에이블리와 4910은 ‘AI 개인화·콘텐츠화’ 전략이 주효했다. 사진 검색과 스타일 추천,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 소비가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남성 패션 버티컬 4910은 추천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거래액이 급증하며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W컨셉은 AI 추천 영역의 구매 전환율이 독자적인 매출 채널 수준으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았고, 행사 기간 매출은 큰 폭으로 뛰었다.
AI,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쇼핑 핵심 엔진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는 주요 유통사들이 AI 기반 쇼핑 도구를 본격 도입하고 소비자도 이를 적극 사용하면서,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쇼핑 엔진으로 자리 잡은 시즌이다.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가성비와 효율성을 추구하며, AI를 통해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합리적 소비를 노렸다. 이에 글로벌 및 한국시장에서, AI는 단순 보조 기능을 넘어 불황 속에서도 소비를 끌어내는 핵심 엔진으로 작동했고, 앞으로도 AI 기반 쇼핑 도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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