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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5-09-28 18: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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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기 업계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 강화, 온라인 불법 광고의 급증, 필수 의료기기 공급 불안정이라는 삼중고가 동시에 산업을 압박하면서 경쟁력은 물론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규제 강화와 불법 광고 확산, 업계를 옥죄는 이중 압박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GMP(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지키지 않은 업체를 적발해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한 업체는 GMP 적합 인정 유효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재심사를 받지 않고 의료기기를 계속 생산·판매했다. 또 다른 업체는 아예 GMP 인정 절차 없이 제품을 판매하다가 처분을 받았다.


GMP는 의료기기의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식약처는 이를 계기로 오는 12월까지 제조소를 대상으로 특별 GMP 심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특별심사는 기존 정기심사와 달리 불시에 제조 현장을 방문해 청정구역 관리, 제품 설계·개발 변경 관리, 부적합 재발 방지 체계, 시정·예방 조치 이행 여부 등 운영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특히 해외 규제기관인 미국 FDA나 일본 PMDA에서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업체, 심사기관의 적정성이 의심되는 업체도 포함된다.


이는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의료기기 공동심사프로그램(MDSAP) 추세와 궤를 같이하며 한국의 심사 체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력과 자원 면에서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어 규제 강화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과 교육, 컨설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규제와 더불어 의료기기 업계를 옥죄는 또 하나의 문제는 온라인 불법 광고의 급증이다. 최근 4년간 온라인에서 적발된 불법 광고 건수는 1만5000천 건을 넘어섰다. 특히 2023년 이후로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350건 이상이 적발되며 불과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광고가 주로 정보 접근성이 낮은 노인, 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미 광고에서는 '장애 개선 효과'나 '질환 치료 가능'과 같은 허위·과장 문구가 난무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는 잘못된 기대와 혼란을 겪을 뿐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다가 오히려 건강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후적 단속 방식의 한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관이 불법 광고를 차단하고 삭제하지만 적발된 광고주가 즉시 새로운 도메인이나 SNS 계정을 만들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단속은 늘어나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불법 광고가 유통되는 즉시 자동 차단하고 소비자 보호와 예방 교육을 강화해 취약계층이 올바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벼운 사후 대응을 넘어 상습적 불법 광고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함께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필수 의료기기 공급 불안정과 제도 개선의 시급성


규제와 광고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필수 의료기기 공급 불안정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고된 의료기기 생산·수입 중단 건수는 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2022년과 2023년 월평균 보고 건수가 1건 남짓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특히 CT, 인공호흡기 같은 필수 장비는 국내 제조 비중이 극히 낮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예컨대 CT는 국내 제조 허가가 3건에 불과하지만 수입 허가는 175건에 달한다. 범용 인공호흡기 역시 제조 6건, 수입 29건으로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공급 불안정의 근본 원인은 국내 보험 수가의 구조적 문제다. 의료기기 가격이 낮게 책정돼 있어 기업이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시장 철수를 고민하고 국내 기업도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특정 의료기기를 한 개 업체에서만 공급하는 독점 구조가 발생하면서 해당 업체의 생산 차질은 곧바로 공급 중단 위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국가적 위기로 간주된다.


국회와 업계는 국산화율을 높이고 안정적 공급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법적·재정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희소·긴급 도입 절차를 보다 신속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당장의 공급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국산화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 혜택과 R&D 지원 확대,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험 수가를 현실화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남아 공급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겪고 있는 삼중고는 규제, 시장, 소비자 보호라는 세 축이 균형을 잃으면서 발생한 문제다.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지원과 유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단속은 실시간 대응과 예방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공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응급조치와 함께 장기적인 구조적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료기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국가적 전략산업인데 규제 강화, 불법 광고, 공급 불안정이라는 삼중고는 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넘어 국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적 대응이 아니라 선제적이고 구조적인 정책 개선인데 정부와 국회,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규제의 실효성과 산업 경쟁력, 국민 안전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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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GMP#제조업무정지#의료기기공동심사프로그램#온라인불법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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