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성조기를 합성한 사진. [출처=펙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고 ㈜미국이란 기업의 회장이자 오너란 비유까지 나오고 있다. 비아냥 섞인 표현이기도 하다. 독선적이며 독재에 가까운 그의 행보에 일부 언론은 현직 ‘대통령’이란 공식적인 역할 말고도 ㈜미국이란 회사의 ‘이사회 의장’ 내지 ‘회장’에 빗대고 있다. 막무가내식의 막강한 전권을 휘두르며, 심지어는 법과 제도까지 무시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시사매체 ‘기즈모도’는 “대통령은 민간 부문의 운영 방식을 총괄적으로, 그리고 개별 기업의 경영 및 소유까지 아우르는 (기업체 회장급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기에 그는 더욱 독단적으로 자신감 있게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행태가 결코 임의적이거나, 즉흥적인 것은 아니란 해석이다. 그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모든 행동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국가 안보와 미국의 경쟁력을 늘 고려한 파격적인 계산과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도 한다.
최근 케빈 해셋 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정부의 인텔 신규 지분 매입을 예로 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업인 인텔의 현 CEO에게 “사퇴하라”고 압박하며 그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곤 인텔 지분의 15%를 국유화하며, 사실상 이 회사를 준 국영기업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행동 역시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다. 우선은 또 다른 형식의 ‘국부펀드’를 위한 선제적 시도로 해석된다. 또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형을 미국 연방정부가 직접 개입,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사기업 지분 획득과 같은)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라며 추가로 유사한 시도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기자들에게 “최대한 (외국 기업들의)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례(인텔과 같은 사례)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민간 기업이라면 기존 주주 지분을 희석하는 대가를 치를지언정, 감히 “사업의 일부를 매각(양도)하라”는 미 연방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인텔을 시발점으로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칩 회사들은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매출의 15%를 양도하라는 명령이 대표적이다. 인텔처럼 지분 양도까진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정부에 헌납하란 얘기다. 이미 엔비디아도 대중 매출액의 15%를 정부에 납입하기로 약속했다.
애플도 비슷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 휴대폰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이란 딱지가 붙었다. 이에 막대한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애플로선 이를 피하기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추가 투자 약정을 압박받고 있다.
적자 투성이로서 ‘계륵’ 신세였던 US 스틸도 결국 신일본제철에 거금을 받고 떠넘겼다. 그 과정에서 일본측이 지난 번처럼 인수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온갖 외교적 압박이 가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가문이 신일본제철의 일정 지분을 획득, 구설수를 낳기도 했다.
비단 글로벌 민간기업들 뿐 아니다. 크고 작은 로펌들도 과거 자신들이 각종 수임 과정에서 ‘털면 나올 먼지’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연방 정부에 대해 무료 변론과 자문을 하라는 명령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일방통행식의 명령은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피해갈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풋볼 팀 ‘워싱턴 커맨더스’의 팀 이름을 예전의 명칭인 ‘레드스킨스’로 다시 바꾸지 않으면 새 경기장 건설계약을 무산시키겠다고 위협했다. 또 그는 야구 ‘명예의 전당’에 피트 로즈를, 그리고 최근에는 ‘로저 클레멘스’까지 포함시키라고 요구했다.
언론에 대한 압박과 위협도 강도를 더하고 있다. ABC와 NBC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해당 방송사의 여러 지역 방송 면허가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미지. [출처=펙셀]
이에 대해 미국의 재계와 산업계는 불만과 불안이 크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명확성’의 문제다. 올 들어선 관세와 (트럼프 입맛에 따른) 정책 변화 등으로 불투명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최고 정책 책임자인 닐 브래들리는 최근 ‘엑시오스’에 “기업은 경영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중시하는게 확실성인 만큼, 명확한 규칙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가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미국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힘과 권력을 기업과 산업계에 불리하게 사용할지 모른다면 미래를 확신하거나 계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그나마 의회나 사법부의 통제에 기댈 법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횡에 대한 입법부와 사법부의 강력한 반대가 없는 한, “유일한 해결책은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다”고 체념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전략 커뮤니케이션 및 홍보 회사인 몽고메리 스트래티지스 그룹의 CEO인 마이클 로빈슨의 말은 현재 미국 기업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다. 그는 “현재로선 백악관(트럼프)에 승리감을 안겨주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트럼프의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즉각적인 증거는 거의 없다. 올해 주가는 급등했고, 기업들은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으며,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거의 강탈하다시피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을 ‘탈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텔 주가는 지난 월요일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회, 특히 민주당 중심의 상원은 ‘국부펀드’ 설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민간기업 지분까지 빼앗으며 펀드 참여도를 높이려 의욕을 보였지만, 앞으로도 그런 국부펀드 설립이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트럼프 예찬’에 여념이 없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강력한 명령을 내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부는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로 회복하기 위해 신속한 규제 완화와 감세 등 자유시장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미국의 마지막(America Last) 정책을 수정, 국가 및 경제 안보를 최종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천명했다. 그야말로 ‘트럼프 황제’의 ‘칙명’을 상상하게 하는 성명서다.
그러나 세계 자본주의의 본가라고 할 미국 사회와 경제 구조에서 과연 트럼프의 그런 전략이 먹힐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트럼프의 민간기업 통제와 ‘회장’ 노릇이 더욱 심해질 경우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즈모도’는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5분의 1도 채 마치지 못한 지금, 그의 영향력이 초래한 결과는 이제 곧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