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순방한다.
이번 방문은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행보이자,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이 동남아로 확장되는 가운데 중국이 ‘신냉전 구도’에 맞서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의미를 갖는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최근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된 가운데 동남아 국가들이 또다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AI 이미지]
중국 외교부는 4월1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시 주석이 베트남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르엉 끄엉 국가주석,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캄보디아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의 초청으로 해당 국가들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14~15일 베트남, 15~16일 말레이시아, 17~18일 캄보디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관세 맞불’ 외교전…신냉전 외교 지형 요동
이번 시 주석의 순방은 공교롭게도 미국이 중국산 주요 수출품에 대해 최대 145%의 고율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이뤄졌다. 시 주석의 방문이 단순한 우호 행보를 넘어 미중 간 외교 전선에서 ‘맞불 외교’이자 ‘반포위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중국은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과 다자무역 체제 유지를 강조하며 미국 주도의 대중국 포위 구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자 균형 외교를 지향하는 중립적 파트너이고, 캄보디아는 대표적인 친중국가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줄타기를 하는 핵심 국가로, 중국은 이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미중 외교 충돌 속 韓 포함한 역내 국가에 파장
반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시 주석의 3개국 순방을 경계하며 아세안 내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는 눈치다. 이렇듯 미중 간 신냉전 외교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지역 내 국가들은 미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균형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같은 정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다수 진출한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 또한 아세안 내 공급망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한국의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부문에도 전략적 대응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모두 한국의 주요 제조업 생산기지이자 수출입 거점인 만큼, 미중 간 외교·무역 구도의 변화는 한국 기업의 투자 전략과 정부의 통상정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아세안을 통해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축소에 대응하는 사이, 한국은 대중·대아세안 외교를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복잡한 외교 지형 속에 놓이게 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국기.
중국, ‘운명공동체’ 외교로 신냉전 대응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국 주변 지역은 중국 외교의 최우선 방향”이라며 “중국과 동남아는 운명을 함께 하는 좋은 이웃이자 좋은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앞서 “주변국과 운명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히며,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 전선에 대한 장기적 대응 구상을 시사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시진핑 주석의 3개국 순방은 신냉전 국면에서 중국이 아세안과의 외교적 연대를 강화하며 미국의 고립 전략을 무력화하려는 본격적인 행보로 읽힌다. 한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은 미중 전략 경쟁의 격전지로 부상한 아세안의 외교 재편이 가져올 경제·안보적 함의에 대해 촘촘한 분석과 선제적 대응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정국 불안과 윤 대통령 탄핵에 따른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외교 전략의 일관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정부로선, 복잡하게 얽힌 미중-아세안 외교 지형 속에서 경제·안보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율하는 고도의 외교적 집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중 두 강대국으로부터 외교적 유연성과 전략적 선명성을 동시에 요구받는 한국의 고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출처 : 재외동포신문(https://www.dongp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