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 회장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Starbucks가 한국 법인인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글로벌 본사가 직접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과 해외 주요 언론의 집중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기업의 역사 인식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국제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지난 18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탱크 텀블러’ 할인 행사를 홍보하면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제4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표현이 1980년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탱크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기관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표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19일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손정현 당시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와 관련 임원을 해임했다. 시민단체와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단체들은 20일 정 회장과 전 대표를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스타벅스 본사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스타벅스 글로벌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자 역사적·인도적으로 의미 깊은 날인 5월 18일과 맞물려 부적절한 마케팅이 한국에서 이뤄진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다”고 강조했다.
본사는 이번 사안이 한국 사회에 남긴 상처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들과 유가족, 그리고 한국 민주화에 헌신한 모든 분들에게 얼마나 깊은 고통과 상처를 안겼는지 잘 알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글로벌 기업 본사가 특정 국가의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을 직접 언급하며 사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재발 방지 대책도 제시했다.
스타벅스 본사는 “스타벅스 코리아는 즉시 해당 캠페인을 중단했고, 책임이 있는 경영진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으며 철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내부 통제와 규범 심의, 전사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참으로 심각한 문제”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기업들의 역사 인식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은 과거 무신사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이라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특정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업적 이익을 위해 역사적 비극과 민주화의 상징을 소비하는 행태 전반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지적 이후 무신사는 7년 전 광고에 대해 다시 공식 사과했고, 기업의 역사 감수성 문제가 다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외신들 “한국 민주주의 역사 건드린 사례”
이번 논란은 해외 언론의 관심도 집중시켰다. 미국의 Associated Press와 Reuters는 스타벅스 본사의 공식 사과와 경영진 문책 조치를 전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을 함께 소개했다.
영국 BBC는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1980년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군사 진압이라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다가 대중의 분노를 사면서 해임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5월 18일은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에서 국가적 트라우마의 날로 자주 묘사되는 동시에 매년 민주주의의 신성한 날로 기념되고 있다"라며 "광주 민주화 운동은 한국이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고, 1987년 6월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리는 혁명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타벅스코리아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비하했다는 논란도 자세히 소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광고 문구에 사용한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은 한국 역사의 고통스러운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라며 "박종철 열사 사망에 대한 거짓말을 군부 독재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라는 표현은 1980년 당시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동원한 군용 차량을 떠올리게 해 비판을 불러일으켰다"라며 역사적 맥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