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세계 주요 13개 도시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미국보다 40%나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출처 : SYnergy N partners.
스타벅스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이른바 ‘탱크데이(Tank Day)’ 마케팅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이 글로벌 스타벅스 본사 입장에서 미국·중국과 함께 핵심 수익 시장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단순 마케팅 논란을 넘어 정치·사회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스타벅스의 대표적인 ‘효자 시장’이다.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주요 도시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가격은 스타벅스 발상지인 미국보다 약 40%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6년 기준 한국 내 스타벅스 매장 수는 2114개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인구가 한국보다 2배 이상 많은 일본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수익성과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한국은 스타벅스 본사에도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스타벅스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5월 18일 진행한 이벤트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온라인에서는 ‘탱크데이’라는 표현이 5·18 당시 계엄군의 탱크 투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 역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였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빠르게 번졌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공개 비판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관련 논란을 언급하며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을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라고 지적하며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이라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직접 비판은 재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상업적 마케팅 소재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단순 소비자 반발을 넘어 정치·사회적 책임론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결국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코리아 측 역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실상 ‘정부 차원의 거리두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21일 SNS를 통해 “민주주의는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그 역사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소비하는 행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물의를 빚은 스타벅스코리아의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조사한 세계 주요국의 스타벅스 가격.
특히 윤 장관은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그동안 각종 설문조사·공모전·국민참여 이벤트 등에 커피 교환권 등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해왔다”면서 “앞으로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사실상 스타벅스 제품에 대한 공공부문 차원의 불매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 행사와 공공 이벤트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이 중단될 경우 상징적 타격은 물론 실질적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사회 역사 감수성’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민주화운동과 역사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고, SNS를 통한 여론 확산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더욱이 스타벅스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높은 가격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소비자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확산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은 스타벅스 본사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수익 기반”이라며 “이번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단순 이미지 타격을 넘어 매출과 브랜드 가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