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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5-06 09:11:06
  • 수정 2026-05-06 09: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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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기 간납사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기기 유통 시장에서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간접납품회사(간납사)' 중심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병원과 제조사 사이에 위치한 이들 간납사는 표면적으로는 구매 효율성과 물류 관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내세워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인물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받아왔다. 이러한 구조는 유통 단계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비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유통 구조를 들여다보면 병원-간납사-대리점-제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중간 마진이 반복적으로 붙는다. 특히 병원장이나 재단, 혹은 그 가족과 측근이 간납사를 소유하고 있을 경우 의료기기를 직거래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 뒤 이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이전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간납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해 의료기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병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사가 의료기기를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고 지분 50% 이상 보유 시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 유통 실태를 3년마다 조사해 공개하고 대금 지급 기한을 180일로 명확히 규정하는 등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와 지연이자 부과 조항 역시 포함되며 제도적 틀은 상당 부분 정비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법 통과 이후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기법 개정 그 후, 안정적 제도 정착을 위한 과제와 방향’ 토론회에서는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적 장치는 마련됐지만 이를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집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특수관계인 규정의 한계다. 현행 법은 2촌 이내 친족 또는 지분 50% 이상 보유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지분을 49%로 낮추거나 3촌 이상의 친인척 명의를 활용하는 방식 혹은 복수의 병원이 서로의 간납사를 통해 거래하는 방식 등 다양한 편법이 가능하다. 즉 법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회피 전략이 이미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유통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관행 역시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일부 간납사는 의료기기 업체에 대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과도한 할인 요구, 물류비·정보이용료 등의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납(假納)' 방식은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힌다. 병원이 사용할 물품을 미리 쌓아두고 실제 사용량만 정산하는 구조로 재고 부담과 손실 위험을 제조사나 공급사에 전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거래의 공정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시장 경쟁 질서 자체를 왜곡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간납사를 통한 이익 이전 구조가 결국 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외국계 자본이 의료재단을 인수한 뒤 자회사 형태의 간납사를 설립해 병원 운영과 유통을 동시에 장악하고 수익을 외부로 이전한 사례도 제시된 바 있다. 일부 개인 병원에서는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여러 유통사를 설립해 공급권을 집중시키는 일감 몰아주기 형태도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일부 사례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며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처벌 규정의 실효성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실태조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강제력이 충분하지 않고 대금 지급 기한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규정은 존재하지만 집행력은 부족한 반쪽짜리 제도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하위법령과 시행령 단계에서 보다 정교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태조사의 주체와 범위, 조사 방식, 결과 공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실상 지배력을 기준으로 특수관계인을 판단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표준계약서의 형식적 도입을 넘어 실제 거래 현장에서 강제력을 갖도록 하는 제재 장치 마련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보완에 나설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사전 실태조사를 통해 간납사 현황과 불공정 행위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하위 법령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산업 특성을 반영한 표준계약서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알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계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위법 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지 못한다면 법은 존재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간납사 문제는 국민 의료비와 직결되는 사안인데 제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촘촘한 보완, 강력한 집행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개정 이후가 더 큰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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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간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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