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기 불법광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의료기기 시장을 둘러싼 불법 유통과 허위·과장 광고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직구 광고부터 무허가 제품 밀반입, SNS를 활용한 음성적 판매까지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무허가 유통, 불법광고 관련 정부가 단속 및 차단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적발 중심의 사후 대응을 넘어 보다 강력하고 체계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보청기, 휠체어, 의료용 침대 등 장애인이 주로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온라인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게시물 291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해외직구를 유도하는 불법 광고였으며 광고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제품군에서조차 불법 유통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 불안을 키우는 대목이다.
특히 장애인 보조기기와 같은 제품은 가벼운 소비재가 아니라 사용자 이동권과 삶의 질, 건강 안전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허가 여부가 불분명한 제품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노출되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선택될 경우 고장, 부상, 2차 사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절 시즌을 겨냥한 온라인 광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식약처가 지난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의료기기, 화장품, 의약외품 광고를 점검한 결과 총 178건의 부당 광고가 적발됐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을 구매대행 형태로 판매하려는 광고가 대거 확인됐다. 소비 수요가 몰리는 시기를 노려 허위 정보와 과장 표현이 반복되는 구조가 여전히 고착화돼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불법 광고가 소비자 오인을 넘어 무허가 제품 유통의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밀반입한 무허가 레이저 의료기기 수천 대가 국내 미용업소 등에 유통돼 수십억 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이 수사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정식 인증 제품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었고 부품으로 위장 반입하거나 미용기기로 속여 등록하는 등 치밀한 수법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판매 방식이 점점 은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카페, 오픈채팅방, SNS 스토리 기능 등 흔적이 남기 어려운 채널을 이용해 단속을 피하고 단기간만 노출되는 방식으로 구매자를 모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속 기관이 게시물을 차단하더라도 판매 계정을 새로 만들거나 플랫폼을 옮겨 다시 등장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잡아도 또 나타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단순 적발 건수 발표만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어렵다고 본다. 불법 판매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반복 위반 업체에는 영업 제한이나 플랫폼 입점 금지 등 실질적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판매자 신원 확인, 의료기기 허가번호 검증, 상시 모니터링 강화 등 보다 적극적인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소비자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의료기기는 일반 생활용품과 달리 인체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 해외직구 유도 문구, 개인통관고유번호 요구, 과도한 효능 광고 등은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구매 전 허가·인증 여부를 확인하고 공식 판매처를 이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불법 유통 근절이 시급하다"며 "정식 허가를 받고 품질 관리와 안전성 검증을 거친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역차별 구조가 지속될 경우 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건강과 안전을 다루는 영역인데 값싸고 빠른 구매 편의성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된 안전성과 책임 있는 유통 체계"라며 "불법 광고를 적발하고 게시물을 차단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급망 추적과 플랫폼 책임 강화, 소비자 교육까지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마련될 때 비로소 시장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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