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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23 한중 협력의 현장을 가다...② 동북아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교차지대 ‘선양’ - - 기업 진출과 함께 성장한 한인사회, 위기상황서 똘똘뭉쳐 - - 한민족 협력 네트워크의 중요한 거점으로 부상 - -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 조직, 중국 전역으로 확대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4-19 12: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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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양 코리아타운 입구에 시타(西塔)가 보인다.


중국 동북3성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가진 지역이다.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에는 근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국경을 넘어 정착한 한민족 공동체의 흔적이 남아 있다.

3월11일 취재팀과 만난 민주평통 중국부의장 및 선양협의회장을 지낸 박영완 태성복장유한공사 동사장은 “오늘날 동북3성은 독립운동의 역사적 현장이자 한중 민간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간”이라며“현지 진출 한인과 조선족 동포,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기업인들, 다문화 가정과 탈북민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는, 동북아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교차지대”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다양한 공동체를 연결하고 지역 사회의 중심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가 바로 민주평통 선양협의회와 한인회, 그리고 조선족 기업가 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한인 단체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 협력과 문화 교류, 역사 보존 활동을 이어가는 ‘풀뿌리 협력 플랫폼’으로 기능했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취재팀은 민주평통 선양협의회 박 전 회장과 양남철 현 회장, 안성규 전 회장과 2시간 가량 대담을 가졌다.

이들 단체장에 따르면, 동북3성 한인사회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였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선양과 창춘, 하얼빈, 다롄 등 주요 도시마다 한인회를 조직했다.

특히 선양은 주선양대한민국총영사관이 위치하고, 서탑(西塔) 코리아타운이 형성된 도시로, 동북3성 한인사회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초기 한인회는 기업인들의 정착을 돕는 실질적인 지원 조직이었다.

(왼쪽부터) 강행구 총영사관 부총영사, 박영완 전 민주평통중국부의장, 안성규 아산부동산개발 회장.


“당시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법적·제도적 환경도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한인회는 비자 문제와 통관 절차, 물류 정보, 주거 환경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일종의 공동체 네트워크 역할을 했습니다.”

안 전 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인회의 역할은 한인 보호와 생활 지원으로 확대됐다”며 “한인 안전 교육과 의료 통역 봉사, 긴급 의료기금 조성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며 한인사회를 지탱하는 생활 공동체로 발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공동체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의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항공편이 중단되면서 동북3성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한인사회는 큰 어려움을 겪었었다.

이 과정에서 선양과 랴오닝성 한인회는 주선양대한민국총영사관과 협력해 중국 지방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 수천 명의 한인 명단을 정리하고 방역 절차를 조율하며 기업인 전용 전세기 운항을 추진하는 등 사실상 현장의 조정 역할을 수행했다.

강행구 총영사관 부총영사는 “당시 선양 공항에 전세기 운항이 이어지며 기업 활동도 재개될 수 있었다”며 “이는 항공편 운항 이상의 의미를 가진 상징적인 사건으로, 30년 동안 축적된 한인사회와 지역 정부 간 신뢰가 위기 상황에서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선양의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리는 서탑거리 모습.


동북3성 한인사회에서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은 민주평통 선양협의회다. 동북3성은 독립운동의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하얼빈의 안중근 의거지와 룽징·퉁화 일대의 항일 유적지,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지 등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수많은 장소가 있다.

민주평통 선양협의회는 이러한 역사 유적을 보존하고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양 회장은 “최근에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에게 보내는 80인의 편지’ 행사를 개최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며 “총영사관과 협력해 동북3성 독립운동 사적지 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는 선양한국국제학교 학생들도 참여해 차세대가 역사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동북3성 공동체의 또 다른 축은 조선족 기업가 네트워크다. 2000년대 중반 선양에서 출범한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는 이후 중국 전역으로 확장되며 한민족 경제 네트워크의 중심 조직으로 성장했다.

2007년 이 협회를 창설한 표성룡 회장은 “조선족 기업가들은 한국과 중국 문화에 모두 익숙한 경제 주체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제도와 관행을 설명하고 행정 절차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많은 한국 기업이 조선족 파트너와 협력하며 동북3성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협회는 기업 간 투자 협력과 시장 정보 교류를 조직하며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장학 사업과 청년 창업 지원 등 공동체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와 스타트업 분야에서 젊은 조선족 기업가들이 등장하면서 활동 영역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선양 서탑거리에 있는 한국 카페에서는 한복 체험도 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문화 교류에서도 나타났다. 2009년 선양에서 개최된 KBS ‘전국노래자랑’ 특집 공연은 한인회와 조선족 기업가들이 함께 준비한 행사로, 동북3성 한민족 공동체의 결속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동북3성 공동체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1세대 개척자들의 경험 위에서 성장한 차세대 리더들이 IT와 바이오, 스타트업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산(선양)부동산개발 회장인 안 전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한인회의 정착 경험과 민주평통의 역사적 가치, 조선족 기업가들의 경제 네트워크가 결합되면서 동북3성은 전 세계 한민족 협력 네트워크의 중요한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담을 마치고 서탑거리로 나왔다. 곳곳에서 한국말과 중국말이 섞여서 귀에 들어온다. 한중 협력은 단순한 외교적 구호가 아니라 이처럼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함께 걷던 안 회장은 “국경을 넘어 이어져 온 동북3성 한인사회의 30년 경험은 한중 협력의 미래 역시 이러한 민간 네트워크 위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증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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