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피즘이 촉발한 각자도생의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이 절실하다. 사진은 '나라장터엑스포'에 출품한 중소기업들 모습.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년, 세계 정세는 100여 년 전 ‘각자도생’의 질서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관세 압박, 중국의 부상과 미·중 패권경쟁, 트럼피즘이 촉발한 ‘힘의 외교’가 지배하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힘의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그럴수록 중견국가 한국으로선 나름의 비상한 생존전략을 강구해야 하는 절박한 실정이다. 이를 위한 가장 유력한 전략자산인 AI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최근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원(지능정보원)의 미래 전망 리포트 ‘대한민국 AI·디지털의 미래를 묻다 – 전문가 종합 분석편’은 그 국가적 전략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는 그간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과 보고서, 논문 등을 두루 종합, 재구성한 것이어서 새로운 의미를 띠고 있다.
기술 통제, 자유주의 병존 속 전략적 선택과 개방 필요
해당 리포트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주도하는 세계정세를 분석한 후, “미래 한국 AI를 위한 성장의 조건”을 규명하며 우리만의 생존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는 현재 美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을 통한 관세 부과, 자국 우선주의와 동맹국 협력 강요 등으로 근본적인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은 특히 AI 제조 생태계를 강화, 중국 등을 견제하며 세계 경제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에 지능정보원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 AI산업과 기술을 강화하고,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응하며, 친환경 신기술 정책을 병행할 것”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출처=보스턴다이내믹스]
이에 따르면 우선 실용주의를 통한 보호와 개방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 통제와 자유주의 질서가 병존하는 복합적 국제질서 속에서 전략적 선택과 개방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위헌 판결에 대비하는 등 불확실한 리스크에 대비하는 유연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특히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함으로써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정국 의존도를 줄이는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자유무역 vs 보호무역’의 이분법을 넘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새로운 대안적 통상 질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용주의’의 중요성도 새삼 강조되고 있다. 이를 통한 제도적 ‘보호’, 그리고 대외 개방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선택과 개방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단기·중기·장기별 전략
한 마디로 중견국으로서 기술 외교를 전략적으로 설계한다. 미·중 기술 경쟁 심화 속에서 진영 선택이나 전면적 기술 자립은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기술과 시장 접근권을 동시에 관리하는 전략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특히 한국으로선 핵심 기술과 인프라에 대해서는 전략적 선택을 확대하고 여타 영역에서는 자유주의적 세계 경제 질서를 활용, 국익을 극대화하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실용적 중견국 전략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기술 통제가 ‘뉴노멀’로 부상하고, 자유주의 질서가 완전히 해체 되지 않은 복합적 국제질서 속에서 전략적 선택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실용적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동맹은 안보 협력의 선언적 틀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즉 “(동맹 여부와 무관하게) 수출통제, 투자심사, 공동 연구개발, 표준 설정을 포함하는 기술 접근권의 제도화로 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규제와 통제를 일관되게 준수함으로써 신뢰가능한 공급국으로 인정받아 이를 외교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등 전략적 개방성을 균형있게 추구하는 실용적 중견국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층적 경제 안보’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적 질서를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단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다. 즉 법적·정책적 변화 시나리오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한미 투자 MOU는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어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협상 내용을 수정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이에 대한 “우리 국회와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견제와 감시 기능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또한 의회 의결 없이 관세 부과 근거로 트럼프가 활용했던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대한 위헌 판결에도 대비해야 한다. 만약 미 연방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기존 협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와 중국의 패권적 대외경제 전략이 맞부딪히며 세계는 '힘의 질서'로 회귀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 모습. [사진=챗GPT]
중기 전략으론 “트럼프 이후 새로워진 보호주의 내지, ‘보호주의 진영화 2.0’의 위협 요인을
최소화하면서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발상”이 요구된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대중 기술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은 한국으로선 또 다른 기회라는 평가다. 즉 “한국이 이 기회에 첨단 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선도 분야에서 격차를 유지·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라는 설명이다.
미국 내 제조업 기반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상황이다. 이에 한국 제품의 경쟁 우위가 유지되는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점, 미국 시장 내 점유율 확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중·단기 전략을 토대로 장기적으론 ‘다층적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게 중요하다. 지능정보원은 이를 “이른바 ‘자강(⾃强)·다각화(多⾓化)·협력(協⼒)’의 선순환 구조 창출을 통한 근본적 ‘경제 안보’ 역량 강화”로 표현했다.
그 중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자강’은 우리가 시장과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경쟁력이다. 특히 반도체·조선·원전·방산 등이 그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국 의존도를 완화하는 경제 관계 ‘다각화’가 가능해진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고 외교적 협상력을 제고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다층적 ‘협력’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런 협력과 함께 자체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대외 경제 관계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는 주문이다.
'국제공구대전 2025'의 모습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의 AX등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제조업의 AX 등 초격차 기술 경쟁력 중요
이런 3가지 단계별 전략을 구현하되, “자유무역 vs 보호무역의 이분법을 넘어, 포스트-제조업 시대에 대비”하는게 중요하다. 즉, 제조업의 AI 전환(AX)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제조업의 AX 가속화, 우리 나름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산업 고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제조업이 AX는 제조업 기반 고용과 디커플링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이를 위한 선제적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
지능정보원 인공지능정책실 미래전략팀 명사은 수석연구원 등은 “이런 AX 중심 경제 구조의 전환에 대비해, 교육, 복지, 노동 시장, 지역 발전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사회·경제 시스템 개혁이 요구된다”면서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넘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시기에 대응한, 새로운 대안적 통상 질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下)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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