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곤 중국한인기업가협회 이사장이 20일 프레스센터에서 협회 5단계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장면.
김성곤 (사)중국한인기업가협회 이사장이 지난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취임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제시한 협회의 ‘5단계 비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제시한 어젠다는 ▲재중동포 사회의 권익 보호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번 비전이 2023년 공포된 재외동포기본법의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 제1조는 “재외동포 정책의 기본 사항을 규정해 재외동포 사회와 대한민국이 함께 발전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인류 공동 번영과 세계 평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우리 협회의 존재 이유와 미래 방향은 이 조문 안에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1단계 비전: 중국 내 한인 동포의 현실 문제 해결
“현재 중국 내 한인회는 중국 정부로부터 법정 단체로 공식 등록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 결과 각종 행정·재정 활동에서 제약을 받고 있으며, 단체활동을 하면서 기본적인 영수증 발급조차 할 수가 없어 편법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전부터 한국 정부는 물론 한인사회 지도부가 중국 당국에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그의 회고다. 결국, 2019년 당시 한국 정부 차원의 법적 기반이라도 마련하자는 취지로 사단법인 중국한인기업가협회를 출범시켰으나 코로나 등 여러 가지 사유로 협회가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이유로 “협회가 마치 부모 없는 고아처럼 방치된 상황이었다”며 “기업가 출신도 아닌 제가 ‘양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이사장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범 6년 차를 맞은 이 단체를 “아직은 어린아이지만, 장차 큰 역할을 할 씨앗”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그는 베이징 방문을 준비하며,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와 중국한국상회 등과 3자 워크숍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협회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명확히 하고, 중국 내 한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국한인기업가협회 비전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장면(앞줄 오른쪽 세번째부터 김덕룡 이사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성곤 이사장)
김 이사장은 중국 정부가 유일하게 인정한 한인 경제단체(중국한국상회)가 존재하지만, 그 대표가 삼성·LG·현대 등 대기업 중국 법인장들이 순환 방식으로 맡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수의 한인 기업인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임에도, 대기업 중심의 구조 안에서 실질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중소기업인이 대기업 중심 단체의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은 상황”에 비유하며, 협회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수 한인 기업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단계 비전: 재중동포의 모국 기여
두 번째 비전은 재외동포의 모국 기여라는 법적 취지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중국 내 한인 동포의 모국은 남한이면서 동시에 북한이기도 하다”며, 중국에는 조선족 동포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도입해 G2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분단 80년을 맞은 한반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중국과 대만이 정치·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대만의 제1교역국이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이 한국과 이념과 체제가 다르지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공존 경험을 활용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공간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3단계 비전: 한중 협력과 한반도 평화
세 번째 비전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직접적 기여다. 그는 재외동포기본법 개정 논의에서 ‘재외동포의 한반도 평화 기여’ 조항이 포함되는 움직임을 언급하며, 동포 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북한과 군사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핵심 변수다.
“최근 일부에서 반중 정서와 근거 없는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경제협력과 건전한 교류를 통해 상호 오해를 줄여야 합니다.”
그는 “중국과의 우호 증진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기반”이라며, 나아가 중국을 통해 북한과의 교류 물꼬를 트는 역할도 재중동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4단계 비전: 미중 갈등 속 ‘피스메이커’ 역할
네 번째 비전은 보다 확장된 국제적 차원이다. 김 이사장은 “전 세계 한인 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가 중국과 미국”이라며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했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충돌하면 한반도 전체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쳇말로 한반도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뒤집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70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두 마리 고래를 화해시키는 피스메이커 역할이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남과 북, 미국과 중국을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이를 위해 미국 내 한인 경제단체와의 MOU 체결을 추진, 양국 동포 기업인 간 교류를 확대하고 민간 차원의 공공외교를 실천하겠다는 그의 구상이다.
5단계 비전: 인류 공동번영을 향한 15년 계획
마지막 비전은 재외동포 경제단체의 역할을 대한민국 지원 차원을 넘어 인류 공동번영으로 확장이다. 과거 재일동포와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 등 해외 경제단체가 한국 경제 발전을 지원해 왔다면, 이제는 세계 평화를 향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이사장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3단계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첫 5년은 중국 내 한인 동포의 안전과 발전에 기여해 한국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것,다음 5년은 중국 사회의 경제 발전과 행복 증진에 기여해 중국 정부로부터 평가받는 것,마지막 5년은 전 세계 한인 경제인과 연대해 한반도 및 세계 평화에 기여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상징적 성과를 이루는 것이다.
그는 “몸은 작지만 뜻은 커야 한다”며, 이 협회의 궁극적 목표를 “모두가 잘 사는 하나의 세계”라고 밝혔다. 이는 700만 디아스포라가 홍익인간 정신을 현대적으로 실천하는 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