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기 부당광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기기 부당 광고가 온라인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규제 강화와 함께 산업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겨울철 감기·호흡기 질환 증가, 탈모·무좀 등 만성 질환에 대한 불안 심리를 악용한 허위·과장 광고가 급증하며 소비자 피해와 시장 질서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겨울철을 앞두고 진행한 대대적인 온라인 점검을 통해 의료기기·의약외품·화장품 등 건강 관련 제품의 불법 유통 및 부당 광고 사례를 대량 적발했다. 감기약, 비염 치료기, 코세정기, 보건용 마스크 등 계절 수요가 집중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수백 건의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정식 허가·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외직구 제품이거나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을 치료기기로 오인하게 만든 광고였다.
특히 비염 치료, 탈모 예방, 무좀 치료 등 소비자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쉬운 분야에서 ‘치료·예방 효과’를 직접적으로 표방하는 광고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는 현행 의료기기법과 표시·광고 관련 법령상 명백한 위반에 해당하며 소비자 오인과 혼동을 유발하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문제는 광고 수법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의사나 전문가를 사칭한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유명 대학 출신 의사를 자처하거나 실제 의료인을 닮은 영상이 등장하지만 상당수가 AI로 생성된 가상 인물이거나 유명인의 딥페이크 영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허위·과장 광고를 단순 사후 제재가 아닌 유통 전 차단 중심으로 관리 체계를 전환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AI 생성 콘텐츠임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표시를 고의로 삭제·훼손하는 행위 역시 제재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식·의약품, 의료기기 광고의 경우 신고 후 24시간 이내 심의를 목표로 한 신속 차단 체계도 도입된다.
정부의 대응은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한 경우 과징금 상향은 물론, 악의적인 경우 실제 피해액의 수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능하도록 제도 정비가 진행 중이다. 특히 AI 가상 의사가 식·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추천하면서 그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경우, 명확한 불법 광고로 규정된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산업계 내부에서도 자율적 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최근 윤리위원회 정기 워크숍을 열고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과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는 공정거래 규범, 의료기기 광고 규제, 리베이트 및 지출보고서 관리, 개인정보 보호 등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법·윤리 이슈가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의료기기 광고와 관련해서는 단기 매출을 위해 규제의 회색지대를 넘나드는 행위가 결국 산업 전체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환자와 소비자의 안전을 전제로 하는 의료기기 산업 특성상 법적 기준을 최소선이 아닌 출발점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CSO 제도 도입, 광고 사전심의 강화, 플랫폼 유통 환경 변화 등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을 넘어 업계 공동의 윤리 기준 정립과 내부 통제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제도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산업계 스스로가 광고 이전에 제품의 안전성과 근거를 점검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투명한 유통 질서와 책임 있는 광고 문화가 정착될 때 의료기기 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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