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의료기기 정책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허가·심사 속도 개선을 넘어 인력 확충, AI 행정 도입, 디지털 의료기기 규제 합리화까지 포함되면서 의료기기 산업을 둘러싼 정책 환경이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 허가·심사 체계 전반의 혁신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안전성을 전제로 허가·심사 기간을 최단 수준으로 줄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심사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라"며 속도 중심의 행정 개편을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지난해 9월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지시한 사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저 하나의 방향 제시를 넘어 조속한 성과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도 허가·심사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며 "기존 평균 420일 수준이던 허가·심사 기간을 세계 최단 수준인 240일 내로 줄이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렸던 국내 심사 구조를 확실하게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허가·심사 속도 개선을 위한 현실적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식약처는 신약 허가 심사 수수료를 기존 883만원에서 최대 4억1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상향된 수수료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경력자 등 전문 인력 확보에 활용할 계획이다.
오 처장은 "207명 규모의 1차 채용 인력을 확정해 내년 1월부터 공고를 진행하고 이후 2차 채용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정책 관련하여 AI 활용 확대가 본격화된다. 식약처는 내년 6월까지 생성형 AI를 활용한 의료기기에 특화된 허가기준을 마련하고 대형언어모델(LLM) 등 기술별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만 기술별 세부 기준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안전관리와 전자적 보안을 갖춘 우수 기업에는 허가 전 최대 1년간 실사용을 허용하는 특례 제도도 도입된다. 동일한 AI 알고리즘이나 센서를 활용하는 의료기기의 경우 구성요소 사전 성능평가를 실시해 임상시험 평가 면제도 추진한다.
디지털 의료기기뿐 아니라 의료기기, 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AI 기반 디지털 의료·건강 지원기기에 대한 제도 정비도 병행된다. 식약처는 스마트워치 심박수·체지방 측정 기능 등 일상형 건강관리 기술에 대해 국가 표준(KS)과 국제 기준(ISO·IEC)을 연계한 성능 인증 체계를 도입하고 민관 협업 인증제도를 통해 국내 제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기술 의료기기 시장 선진입 지원도 강화된다. 암 조기진단 체외진단의료기기, 액상 생검 진단 제품, 재활치료 디지털치료기기 등 4개 분야에 대한 평가기술 지침을 연내 마련하고 다양한 임상자료를 종합 평가해 허가된 신기술 의료기기는 즉시 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의약품과 디지털 의료기기를 함께 사용하는 디지털융합의약품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통합 심사하는 허가 체계도 도입된다. 관련 업무절차서는 내년 11월, 가이드라인은 12월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식약처는 의료기기전자민원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민원인의 접근성과 처리 속도 개선에도 나섰다. 특히 1등급 의료기기 신고 표준 서식 확대와 품목별 가이드라인 확충을 통해 신생·소규모 업체의 행정 부담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의료기기 정책이 규제 관리 차원을 넘어 산업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허가·심사 속도 개선, AI 규제 정비, 디지털 의료기기 제도화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정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허가 기간 단축이 형식적 신속화에 그치지 않기 위해 심사 품질과 예측 가능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며 "정책 실행 과정에서 속도와 안전성 간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여부가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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