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 호 주한 베트남 대사(사진 오른쪽)가 최기영 봉화군수에게 기념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주한 베트남 대사관 제공]
베트남 리 왕조(1009∼1225) 이용상 왕자의 고려 정착 800주년을 기념하는 한·베트남 교류행사가 지난 17일 경북 봉화군 봉성면 충효당 일원에서 열렸다.
800년 전 한 왕자의 망명으로 시작된 양국의 인연을 되새기고, 역사적 유산을 문화교류와 지역 발전으로 이어가자는 취지다.
주한베트남교민회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부 호 주한 베트남대사와 베트남 박닌성·뜨선시 대표단, 경북도 관계자,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화산 이씨 종중과 국내 거주 베트남인, 유학생, 지역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의 주요 순서로는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서 제작해 기증한 리왕조 양식의 용 장식물 전달식이 진행됐다. 용은 리왕조의 수도 탕롱(昇龍)과 왕실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봉화군은 이 장식물을 양국의 오랜 인연과 지방정부 간 우호협력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800년 전 망명에서 시작된 인연
이용상 왕자는 1226년 베트남 리왕조의 정변을 피해 고려에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몽골군의 침략을 막아낸 공로로 고려 고종에게 화산군에 봉해졌으며, 한국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됐다. 베트남 왕실의 후손이 한반도에 뿌리를 내리고 후손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양국 교류사의 독특한 사례로 꼽힌다.
부 호 대사는 기념식에서 이용상 왕자의 여정을 단순한 이주가 아닌 포용과 화합, 뿌리를 지키려는 의지가 세대를 넘어 이어진 역사로 평가했다. 그는 "봉화군과 지역 주민, 화산 이씨 후손들이 공동의 유산을 보존해 온 데 감사를 표한다"며 "봉화가 과거의 흔적을 지키는 데서 나아가 양국 국민을 연결하는 문화교류의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 대사는 또 이번이 다섯 번째 봉화 방문이라고 소개하며, 이용상 왕자의 이야기가 젊은 세대와 해외 베트남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역사적 유산을 지속 가능한 교류로 발전시키려면 시설 조성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문화행사, 공동체 간 교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한국정착 800주년 기념 한-베 글로벌 교류행사 장면.[봉화군 제공]
문화 체험에서 지역 발전까지
행사장에서는 양국 문화 퍼레이드와 전통 공연,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베트남 문화 체험 부스와 봉화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베트남 요리 코너도 마련돼 주민과 베트남 유학생 등이 음식과 문화를 매개로 교류했다. 화산 이씨 종친회가 순절시비를 기증하는 등 역사적 인연을 되새기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봉화군이 추진하는 ‘K-베트남 밸리’ 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봉화군은 지난 8월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된 이 사업을 중심으로 봉성면 창평리 일원을 한·베 역사·문화 교류와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부 대사는 "K-베트남 밸리의 가치는 방문객 수나 시설 규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역사를 배우고 문화를 나누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살아 있는 유산’이 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 베트남대사관도 양국 국민, 특히 젊은 세대와 국내 베트남인 공동체가 만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