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26일 저녁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6 미주총연의 밤' 행사에서 미주지역 전·현직 한인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2026 미주총연의 밤' 행사에 참석한 미주지역 한인회 관계자들이 화이팅을 하고 있다.
“30년 이내에 우리의 모습을 닮은 한인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 겁니다.”
추석 명절 다음 날인 26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 미국 전역에서 모국을 찾은 한인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2026 미주총연의 밤’ 행사에서 송폴 준비위원장(미주한인회총연합회 이사장)이 행사의 서막을 연 말이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총회장 서정일·이하 미주총연)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27일 인천에서 개막하는 통합 세계한인대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마련됐다. 미국 내 180개 지역 한인회 가운데 회장단 등 120명가량이 참석해 미주 한인사회의 화합과 권익 신장, 차세대 육성, 모국과의 연대 강화 등을 화두로 머리를 맞댔다.
행사는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내외빈 소개에 이어 송폴 준비위원장 인사말, 서정일 총회장 대회사,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환영사, 이기헌 의원 축사,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기조연설, 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장, 심상만 세계한인총연합회 명예회장, 황병구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장, 김덕룡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 등의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마리사 트루히요(Marissa Trujillo) 주한미국대사관 부영사도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를 대신해 참석해 격려사를 전했다.
송 위원장은 미주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이야기하면서 “미국의 50개 주와 150여 개 한인회가 있는 각 지역 한인회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단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주 한인 이민 123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이제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며 “초기 이민세대가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미주 한인사회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정일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 대회사 모습.
이러한 문제의식은 서정일 총회장의 대회사로 이어졌다.
서 총회장은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민으로 시작된 미주 한인 이민사를 언급하며 “앞으로 20~30년 안에는 우리 후세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며 “대한민국 혈통의 정체성을 가지고 조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움을 갖고 미국의 주인이 되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차세대의 정체성 함양을 미주총연의 중점 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50개 주에서 활동하는 지역 한인회장들에게 “후대 세대들이 대한민국과 미국 각 분야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차세대 육성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인회 가장 큰 문제는 영세성…동포청 예산 확대해야”
서 총회장은 지역 한인회의 열악한 재정 기반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한인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하면, 영세성이다. 그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재외동포청 출범 이후에도 일선 한인회가 체감하는 지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750만 재외동포를 아우르는 재외동포청 예산은 최대한 1조원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한인회 관련 예산이 앞으로 대폭 증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외국민 투표제도 개선과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도 요구했다. 서 총회장은 재외국민이 실질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복수국적 40세 하향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를 희망하는 동포들이 겪는 각종 규제와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축사 모습.
김경협 청장, 귀국하자마자 행사장으로…“260만 미주동포 하나로”
행사가 시작된 지 약 2시간 뒤인 오후 7시경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뉴욕 유엔총회와 멕시코 국빈방문 일정에 동행했던 김 청장은 대통령 순방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뒤 인천공항에서 행사장으로 곧바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저도 미국과 멕시코에 갔다가 방금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바로 왔다”며 미주 동포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김 청장은 260만 미주 동포사회의 결집을 강조했다.
김 청장은 전 세계 700만여 재외동포 가운데 약 260만 명이 미주지역에 거주한다며 “미국과 한국의 관계, 한미 관계는 한반도 문제와 안보나 경제적인 관계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주 동포 여러분들의 역할이 그 어느 지역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시기”라며 “700만 재외동포는 국제협력을 위한 민간 외교관이고 수출시장의 개척자, 경제 영토의 확장자이며 K-푸드, K-컬처로 이어지는 한류의 전파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주 동포사회가 하나로 연결되고 조직화돼야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한인회가 경제·직능·문화예술·차세대 단체 등을 아우르는 중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전체 동포사회가 어떻게 하나로 연결되고 조직화되고 연대해서 힘을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흩어져 있는 만 명보다는 조직화돼 있는 100명의 힘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미주 동포 260만이 하나로 힘을 모아낼 수 있다면 한미 관계뿐 아니라 미주 동포들의 체류 자격, 영주권·시민권 문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날인 9월27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이어지는 통합 세계한인대회에 대해서도 전 세계 동포 리더들이 네트워크와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김 청장은 “전 세계 우리 한인회 리더들께서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라며 “미주총연을 중심으로 미주 동포사회가 똘똘 뭉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리사 트루히요 주한미국대사관 부영사가 미셸 스틸 주한미대사의 격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스틸 美대사 메시지, “한인사회, 한미 양국 잇는 살아있는 증거”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를 대신해 참석한 마리사 트루히요 주한미국대사관 부영사는 미주 한인사회의 역할과 한미동맹의 의미를 담은 대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메시지에는 스틸 대사 자신의 이민 가족사도 담겼다. 스틸 대사는 새로운 나라에서 삶을 일구고 연방의회에서 봉사한 뒤 주한미국대사로 한국에 돌아오게 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를 더 큰 미주 한인 이민사의 일부로 설명했다.
이어 100년 넘게 한인들이 미국에서 기업을 일구고 지역사회를 건설하며 군에서 복무하는 등 미국 사회 곳곳에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동맹은 안보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평화와 번영, 혁신, 무역, 기회 그리고 사람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들은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동시에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의 지속적인 유대를 보여주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이미 강하다”며 양국이 함께한다면 다음 세대를 위해 더욱 강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고상구 세한총연 회장의 축사 모습.
고상구 회장, “미주 동포 역량 하나로 모아야”
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장은 미주 한인사회의 규모에 걸맞은 결집력과 정책적 영향력을 주문했다.
고 회장은 미주에 약 260만 명의 동포가 살고 있고 150여 개 한인회가 활동하고 있다며 미주 한인사회가 재외동포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가진 역량은 이제 하나가 돼 미주에만 머물지 말고 전 세계 동포사회를 이끌어나가는 힘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동포 정책과 예산을 투표율 등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결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 회장은 “투표율이 낮거나 높거나 상관없이 대한민국 정부는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재외국민 보호를 국가의 책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동포사회 스스로도 결집력을 키워야 한다며 세계 한인사회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범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범수 원장,“투표하러 10시간 운전…실질적 참정권 보장해야”
이날 행사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재외국민 참정권이었다.
김범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재외국민 참정권의 실질적 보장’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 현행 재외선거제도의 한계를 짚고 우편투표와 전자·온라인 투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원장은 재외선거제도가 2007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2012년 제19대 총선부터 시행된 점을 설명하며 “어디에 살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의 운명을 함께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선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공관이나 투표소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재외국민이 투표를 위해 10시간 이상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학업에 종사하는 유학생,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투표권이 있으니 10시간을 차를 운전하고 와서 투표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상 투표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리적 이동의 한계가 주권 행사의 걸림돌이 되는 이 구조적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이제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는 근본적인 제도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는 우편투표와 전자·온라인 투표를 제시하며 부정선거나 대리투표 우려에 대해서는 제도와 기술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군 장병이나 외딴섬 주민, 병원 입원자 등을 대상으로 거소투표가 시행되고 있으며, 모바일 신분증과 금융인증 등 한국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편투표와 전자투표제 도입은 여야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적 기본권”이라며 “700만 재외동포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내는 국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미주총연은 이날 서울에서 제기된 참정권 확대와 복수국적, 차세대 육성, 한인회 지원 확대 등의 현안을 들고 27일부터 인천에서 열리는 전 세계 한인사회의 논의에 합류한다.
'2026 미주총연의 밤' 헤드테이블 건배 모습. 이석로 캐나다총연 회장이 단상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미주총연 홍보대사 위촉식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