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ks25 멕시코 한인사회의 ‘홍반장’ 강덕수…26년 사업보다 값진 ‘사랑의 손길’ - - 코로나가 바꾼 봉사의 방향…사재 털어 마스크 100만장 지원 - - 환자 180명 치료 연결…찰코 소년의 집 등 25년째 후원 - - 의류 10만벌·후원 20억원 넘어…한인사회 곳곳에 나눔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9-25 15:52:56
기사수정

강덕수 '동그라미' 대표 및 '사랑의 손길' 대표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보람된 일을 꼽으라면 단연 ‘사랑의 손길’을 설립한 것입니다.”

멕시코에서 26년째 봉제사업을 하고 있는 강덕수 ‘동그라미’ 대표에게 사업과 봉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축이다. 하지만 그가 봉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였다.

강 대표는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당시 한인동포 5명과 직원 가족 5명 등 모두 10명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를 계기로 ‘사랑의 손길’을 설립하고 봉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고 회고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의 나눔은 계속됐다. 찰코 소년의 집을 비롯해 한인회와 각종 단체를 후원했지만 주로 뒤에서 돕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며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다. ‘사랑의 손길’은 이후 경북 산불과 튀르키예 대지진 피해 때 구호기금을 전달했고, 2023년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본 멕시코 아카풀코에도 구호품을 보내기도 했다.

멕시코 한인사회에서는 그를 ‘홍반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네의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해결사를 뜻한다. 정상구 멕시코한인회장은 강 대표를 두고 “멕시코 한인사회의 홍반장”이라고 귀띔했다.

학창시절부터 몸에 밴 봉사…“내 삶을 지탱해온 자양분”

강 대표에게 봉사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니다.

“제 삶에서 봉사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이 동네 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었어요.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선택에도 봉사와 헌신이라는 미션이 녹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베풀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셨으니 그런 DNA를 물려받은 것 같고요.”

강덕수 '사랑의 손길' 대표(오른쪽 3번째)가 멕시코종합병원 관계자들과 기부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장면.['사랑의 손길' 제공]


중·고교는 물론 대학 시절에도 봉사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에게 봉사는 누군가를 돕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자양분이었던 셈이다.

강 대표가 멕시코 땅을 밟은 것은 2000년이다. 30대 중반, 지인의 소개로 한인이 운영하던 대형마트를 인수하면서 멕시코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첫 사업부터 혹독한 실패를 맛봤다. 3억원을 투자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2억원을 잃고 결국 마트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선배의 권유로 봉제사업에 뛰어들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사업은 자리를 잡았고 그는 현지 한인사회에서 성공한 한상으로 성장했다. 매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 중국 10여 개 공장에서 생산된 의류를 수입해 멕시코 전역에 공급하고 있다.

사업을 일으키는 동안에도 봉사는 멈추지 않았다. 멕시코 도착 이듬해에는 청소모임을 조직했다. 공원과 길거리를 청소하는 한국인들을 본 현지인들이 “일본인이냐”고 물으면 “코리아”라고 답했고, 현지인들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격려했다.

당시 청소모임 회장은 김재현 전 월드옥타 이사장이 맡았고 강 대표는 부회장 겸 총괄을 담당했다. 구청이 사다리차와 물탱크 차량을 지원하고 봉사단원과 대학생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2주에 한 번씩 약 3년간 이어진 지역사회 봉사였다.

코로나 위기에서 빛난 ‘사랑의 손길’…마스크 100만장 나눔

그의 봉사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2020년 코로나19였다.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강 대표는 사재를 털어 마스크 100만장을 구입해 교민사회 등에 기부했다. 그러나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은 더 큰 아픔이었다.

'멕시코 한인회'가 멕시코종합병원에 다양한 기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당시 멕시코 국립병원인 멕시코종합병원(Hospital General de Mexico)의 헤수스 하비에르 바스케스 코르테스 박사와 어렵게 연결됐다.

“코로나 치료에 탁월한 실적을 보인 의사였습니다. 어렵게 연결해 코로나 환자 180명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돕고, 특히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10명을 살려냈습니다.”

멕시코종합병원은 국립병원으로 치료비가 무료였다. 강 대표의 도움으로 한인동포 20여 명이 위기를 넘겼고 70여 명이 무료 치료를 받았다. 당시 한인회 측은 이들이 사립병원을 이용했다면 약 50억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멕시코종합병원과 한국 국립중앙의료원 간 교류까지 추진해 현지 한인들이 대형병원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찰코 소년의 집 25년 후원…의류만 10만벌 넘어

강 대표의 후원은 교육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찰코 소년의 집 등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이다. 이곳 학생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숙식비와 학비 부담 없이 공부하고 있다. 강 대표는 멕시코 정착 초기인 2002년부터 25년째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사랑의 손길'이 한국 수녀회에서 운영 중인 멕시코 기숙학교 '찰코 소녀의 집'에 의류를 기부하고 있는 장면.['사랑의 손길' 제공]


찰코 소년의 집 설립자는 미국인 가톨릭 사제 알로이시오 슈워츠 신부다. 그는 한국에서도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돌보는 사업을 펼쳤으며 이후 멕시코와 필리핀, 브라질, 과테말라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미국의 큰 후원자들에 비하면 제가 내는 금액은 보잘것없습니다. 그래도 늘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학생들이 많다 보니 옷 한 벌씩만 기증해도 4000벌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이곳에만 7억원가량 기부한 것 같습니다.”

잠옷과 속바지, 기모바지 등 그가 기증한 의류만 10만벌이 넘는다. 현금과 마스크, 컵라면 등 지원 물품은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에는 컴퓨터 41대를 기부했다.

한인사회를 향한 지원도 계속됐다. 병원비가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한인들을 위해 2억5000만원을 지원했고, 어려움을 겪는 한인 70여 가정에도 2억원을 전달하는 등 한인사회에 5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한글학교 보수와 장학금 지원에도 힘을 보탰다.

강 대표는 멕시코 정착 이후 지금까지 자신이 내놓은 후원금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2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복”…한인사회 넘어 현지사회로

그의 시선은 이제 한인사회 전체의 상생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인 상인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며 한인단체뿐 아니라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회공헌을 주문한다.

현대차·기아·삼성·LG·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멕시코에 진출하면서 한인사회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는 대사관 주최 행사 등에 참석할 때마다 기업 관계자들에게 한인사회와 현지사회를 위한 기부와 봉사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저 같은 사람도 작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도 한인사회와 멕시코 현지사회를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복 받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멕시코 한인회와 사랑의 손길이 힘을 모아 2023년 멕시코 허리케인 피해 지역에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는 장면. ['사랑의 손길' 제공]


그의 ‘사랑의 손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6·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 독립유공자를 돕는 일은 물론 알코올 문제나 치매 등으로 한국 송환이 필요한 환자들을 한인구조단과 연계하는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낯선 멕시코 땅에서 사업 실패를 딛고 한상으로 일어선 강덕수 대표. 그러나 그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사업의 성공도, 돈도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달려가 손을 내미는 것. 그에게 봉사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25년 넘게 이어온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멕시코 한인들이 붙여준 ‘홍반장’이라는 별명은 어쩌면 그의 삶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인지도 모른다.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복 많은 일입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kscn.co.kr/news/view.php?idx=1422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ks09 제276회 연천 고대산산행 및 자연휴양림 힐링여행 만선 축하!!!
  •  기사 이미지 ks24 2026년 「의료기기 영업전문가 자격증 과정(입문)」 교육과정 안내
  •  기사 이미지 ks26 종로 광화문광장에 '25개 문화원' 모여 엑스포 연다! 체험·전시까지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