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내 연구진들이 신개념 의료 AI를 잇따라 개발했다.
국내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질병 예측·진단 기술이 잇따라 개발돼 의료기기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무릎 골관절염 '최대 마모 지점' 정밀진단, 보행·음성·뇌영상 분석해 파킨슨병 조기 진단, 신약 표적 단백질 실제 활성 여부 예측 AI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노두현 교수는 최근 동국대 일산병원 이도원 교수와 함께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무릎 연골의 최대 마모 지점을 정확히 측정하는 새로운 영상 지표 'oJSW(orthogonal minimum joint space width)'를 개발했다.
무릎 골관절염의 중증도는 보통 X-ray에서 허벅지뼈(대퇴골)와 정강이뼈(경골) 사이의 간격(JSW)을 측정해 평가한다.
대개 무릎 연골이 많이 닳아 좁을수록 중증도가 높은 편이다.
기존에는 관절의 특정 위치를 고정해 간격을 쟀으나 환자마다 다른 해부학적 특성과 비대칭적 마모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실제로 마모가 심한 부위를 놓칠 위험이 있었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oJSW는 AI가 관절 내부를 자동으로 탐색해 가장 좁은 지점을 수직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개인별 마모 상태를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코호트를 토대로 이번에 개발한 AI 지표의 진단 정확도를 분석했다.
검증은 무릎 골관절염 환자 3855명의 무릎 영상 1만5313개를 최대 72개월(6년)간 분석해 기존 지표와 AI 지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oJSW는 골관절염 초기부터 심한 단계까지 모든 중증도 판별에서 0.86∼0.97의 높은 진단 정확도(AUC)를 기록했다.
AUC 값은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무작위로 환자와 정상인을 비교했을 때 최대 97%의 확률로 중증도를 구분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12개월간 질병의 진행 정도를 감지하는 분석에서도 0.91∼0.97을 기록했다. 무릎 구조의 미세한 악화까지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oJSW가 골관절염 중증도 평가와 질환 진행을 추적하는 구조적 지표가 되고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민감한 평가 도구로 활용돼 신약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서울병원 AI연구센터 양광모 교수는 최근 신경과 조진환 교수, 영상의학과 정명진 교수팀과 함께 보행·음성·뇌 영상 등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멀티모달 AI 기술을 바탕으로 파킨슨병과 파킨슨플러스 증후군 등 신경계 퇴행성 질환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확인했다.
파킨슨병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손 떨림이나 보행 이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지난 4년간 파킨슨병 363명, 진행성 핵상마비 67명, 다계통위축증 61명 등 환자 약 500명의 임상 정보(보행·음성·뇌 영상 등)를 수집·표준화해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보행 데이터 기반 낙상 위험 예측 모델, 음성검사 기반 파킨슨 분류 시스템,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MRI) 기반 뇌 구조 자동 분석 모델 등을 개발했다.
임상 평가 결과 음성 기반 중증도 분류 모델과 MRI 기반 질환 감별 모델, 보행·뇌 영상을 함께 분석한 낙상 예측 모델 등은 모두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삼성서울병원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 모델은 결과뿐 아니라 판단 근거도 함께 제시할 수 있다고 삼성서울병원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파킨슨병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약물 치료 효과가 좋고 재활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기에 AI가 여러 검사 결과를 빠르게 종합 분석해 조기 진단을 돕고 환자별 맞춤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관수 교수팀은 최근 인공지능 모델 'GPCRact(지피씨알액트)'를 개발했다.
GPCR은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약물이 세포 밖에서 신호를 보내면 이를 받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문(게이트) 역할을 한다.
인체에는 약 800종의 GPCR이 존재하며, 현재 시판 약물의 30∼40%가 이를 표적으로 한다. 심장 박동, 혈압 조절, 통증 감지, 면역 반응, 감정 조절 등 다양한 생리 기능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이다.
하지만 약물이 GPCR에 결합했다고 해서 항상 원하는 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결합 이후 단백질 내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와 신호 전달 과정이 실제 작용 여부를 결정한다.
연구팀은 약물 작용 과정을 약물-표적 결합 단계, 단백질 내부 신호 전파 단계로 나눠 AI가 단계적으로 학습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기존 모델이 어려워했던 복잡한 구조의 단백질에서도 약물 활성 예측 성능을 크게 높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알로스테릭 구조 변화는 약물이 단백질의 한 부분에 결합했을 때 그 영향이 내부로 전달돼 다른 부위의 기능까지 바뀌는 현상으로 이 작동 원리를 딥러닝에 반영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으로 이를 다양한 단백질로 확장하고 세포와 인체의 반응까지 예측하는 기술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했다.